이미지 크게보기알바 대신 무인시스템 올해부터 최저임금이 7530원으로 인상되자 인건비 부담을 느낀 편의점 업체들이 ‘무인편의점’ 개발과 확대에 나서고 있다. 26일 오전 한 남성이 서울 성동구 성수동의 한 무인편의점에 물건을 사기 위해 들어가고 있다. 곽성호 기자 tray92@

‘인건비 부담에 한숨’ 사업주

“임대료 오르고 매출은 감소…
알바생 5명서 1명으로 감축”

‘마음은 더 무거워진’ 종업원

“언제 잘릴지 몰라” 사장 눈치
‘방학동안 쉬어라’ 통보받기도

일부는 “생활비 숨통” 긍정적

“최저임금 인상으로 아르바이트생을 5명에서 1명으로 줄일 계획입니다. 인건비로 추가 비용지출이 어려운 상황에서 직원을 줄이는 것 말고 다른 방도가 없습니다.”(서울 강남구 삼성동에서 개인 카페를 운영하는 김모(여·30) 씨)

“월급은 늘었지만, 언제 해고될 지 몰라 불안감이 더 커졌습니다.”(성북구 종암동 한 PC방 종업원 이모(20) 씨)

전년 대비 16.4%나 급상승한 최저임금 여파에 사업주나 근로자 가릴 것 없이 모두 볼멘소리를 내고 있다. 경영난이 예고됐던 중소·영세 자영업자는 예상한 대로 감당하기 힘든 인건비 상승에, 임대료 부담과 내수 부진의 무게까지 ‘삼중고’ 위기 상황에 내몰리고 있다. 당장 급여가 늘어난 근로자들도 사업주의 경영난에 따라 언제 해고될 지 몰라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불황에 급격한 인건비 상승을 상쇄할 수 있는 보완대책 보강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문화일보가 26일 최저임금 인상 시행 한 달을 앞두고 서울 주요 지역 카페. 치킨 체인점, 편의점, 주유소, PC방, 돌봄교실 등 유통업체들을 대상으로 현장점검을 한 결과, 사업주 대부분 급격한 인건비 인상에 사업 축소를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었다.

영등포구 당산동에서 치킨 가맹점을 운영하는 이 모(35) 씨는 “인건비 부담은 급격히 커졌는데, 매출은 지난해 최고점과 비교하면 15∼20% 정도 떨어진 상황”이라며 “임대료도 주변 상권 시세에 따라 10∼15% 범위로 오를 것으로 예상돼 도저히 수지를 맞출 수 없다”고 하소연했다. 이 씨는 “현재 20대 초반 아르바이트 직원 5명을 고용하고 있는데, 임금 인상으로 한 명분의 비용이 추가로 들고 있다”며 “아르바이트 직원을 줄이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종로구 인의동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허 모(여·57) 씨도 “오후 5시까지는 근처 경찰서 등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이 찾아와 어느 정도 매출이 유지되나, 저녁에는 손님이 없는 데다 최저임금까지 올라 손해를 보는 날이 많다”며 “영업시간을 줄이는 것이 최선인 것 같다”며 긴 한숨을 내쉬었다. 인근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황 모(여·52) 씨는 “최저임금 인상 취지와 상생이 중요하다는 것에는 공감하지만, 너무 급격하게 오르다 보니 준비할 여유가 없었다”며 “편의점 운영에서 인건비가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상황에서 벌써 타격이 커, 이런 상황이 앞으로도 개선되지 않으면 가게를 접어야 할 것 같다”고 걱정했다.

종업원들은 ‘해고’ 걱정에 시달리고 있다. 마포구 상암동의 한 편의점 아르바이트 직원 강 모(여·22) 씨는 “사장이 최근 ‘최저임금이 올라 아무나 쓸 수 없다. 일 못 하면 바로 자를 거다’라고 대놓고 말했다”며 “월급은 늘었지만, 조금이라도 일을 소홀하게 하면 당장 잘릴 것”이라고 걱정했다. 강북구의 한 초등학교 방과 후 돌봄 교실 교사 박 모(여·57) 씨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학교에서 인력을 감축하는 바람에 방학 동안 쉴 것을 요구해 한 달째 놀고 있다”며 “최저임금이 늘었는데도, 오히려 소득이 늘어나기는커녕 줄었다”며 울상을 지었다.

긍정적인 견해도 일부 있었다.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며 동작구 노량진동 한 편의점에서 일하는 김 모(여·25) 씨는 “이번에 최저임금이 올라서 생활비 마련에 조금이나마 숨통이 트였다”며 “여윳돈을 학원비나 인터넷 강의 결제에 보탤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소비가 늘어나지 않는 상황에서 사업비만 급격히 증가해 영세사업주의 부담과 고용불안을 불러왔다고 지적한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사업비용에는 인건비·임대료·카드 수수료 등이 있는데 이 중에서 인건비만 크게 오르고 나머지는 그대로여서 사업주들이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소비 증가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이뤄진 급격한 인건비 상승을 상쇄할 수 있는 보완 대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조준모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도 “최저임금 인상 목적은 아르바이트 등 노동시장 취약계층의 삶의 질을 향상하기 위함인데 현장에선 이들이 제대로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성훈·윤명진·조재연·정진영 기자 powerkimsh@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