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 가입해야 자격 주어져
한달간 고작 7500여건 신청
업주들 “장기적으로 더 손해”

정부가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에 따른 영세사업자 인건비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일자리안정자금을 지원하고 있지만, 사업주뿐 아니라 근로자까지 자금 신청을 꺼리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어 실적이 저조한 상황이다.

지난 1일부터 25일까지 접수된 일자리안정자금 신청 건수 7512건은 정부 예상에 한참 모자란, 초라한 실적이다. 일자리안정자금은 30인 미만 근로자를 고용한 사업주에게 월 보수액 190만 원 미만 근로자 1명당 월 최대 13만 원을 지원해 주는 제도다.

정부는 일자리안정자금 제도를 시행하면서 올해 모두 236만4000명의 근로자가 혜택을 볼 것으로 예상하고, 2조9708억 원의 예산을 마련했다. 지금까지 접수된 7512건의 신청자가 모두 30인 미만(29인) 사업주라고 가정해도, 지원을 받는 근로자는 최대 21만7848명(29인×7512건)인 셈이어서 정부 예상치와 큰 괴리를 보이는 수준이다. 1∼2월에 신청이 집중될 것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2월 실적을 지켜봐야 하지만 지난 4주 동안의 결과치고는 초라한 실적이다.

전문가들은 영세 사업장일수록 최저임금을 준수하지 않을 가능성이 큰 데다, 신청자격도 고용보험 가입자로 제한돼 있어 실적이 저조한 것으로 보고 있다. 최소한 최저임금 월 하한선인 157만 원 이상은 줘야 신청 자격을 충족할 수 있지만, 이 금액도 지급하지 못하는 영세업체가 많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최저임금위원회에 따르면 2016년 기준 최저임금 미준수율은 13.6%로, 전체 임금근로자 1962만6000명 중 266만3000명이 최저임금을 받지 못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이들 중 약 68.2%가 10인 미만 사업체에 고용돼 있다.

영세 사업주들이 고용보험 가입에 따른 비용 부담을 꺼리는 것도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근로자들 역시 고용보험료가 임금에서 빠져나가는 게 부담스럽기는 마찬가지다.

노민선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일자리안정자금이 노동시장에 긍정적인 신호를 주긴 했지만, 신청 요건 부분이 까다로우므로 관련 요건을 유연하게 적용할 필요가 있다”며 “신청 자격 경계선에 몰린 기업이 많아 신청 문턱을 낮추고, 4대 보험 관련 부분 홍보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조준모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도 “영세사업자가 보기엔 일자리안정자금은 한시적인 지원이지만 고용보험 가입은 한시적이지 않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보면 손해라고 인식할 수밖에 없다”며 “신청 절차를 아무리 간소화해도 영세사업주가 일자리안정자금 신청을 이득이라고 인식할 정도로 제도가 개선되지 않는 한 신청률 상승은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고용부 관계자는 “영세사업장의 1월 임금 지급일은 1월 말과 2월 초에 몰려 있고, 사업주가 올해 최저임금 인상분을 적용한 1월 임금을 제시해야 일자리안정자금을 신청할 수 있어 아직 신청률이 낮은 것”이라며 “2월이 지나야 의미 있는 데이터가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정진영 기자 news119@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