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康·金, 다보스 출국 미국의 통상 압박이 거세지는 가운데 강경화(왼쪽 사진) 외교부 장관과 김현종(오른쪽)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는 세계경제포럼(WEF)에 참석하기 위해 23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출국하고 있다. 연합뉴스

11월 중간선거서 지지층 겨냥
‘일자리 창출 공약’ 이행 가속

동맹에도 무차별 징벌 부과해
세계 자유무역 통상질서 요동
다보스 각국 정상들 우려 표명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지난 22일 외국산 세탁기·태양광 제품에 대한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를 발동, ‘일자리 창출’을 위한 무역 카드를 꺼내 들면서 기존의 세계 통상 질서가 크게 요동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안보에 이어 통상에서도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운 불타협적 일방주의 기치를 내건 것으로, 동맹에도 무차별적 ‘징벌’을 부과하면서 미국이 2차 세계대전 이후 구축한 자유무역주의 질서뿐 아니라 안보 동맹 체계도 흔들릴 것이라는 우려가 급등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이처럼 ‘보호무역주의’ 조치를 들고나온 이유는 바로 ‘일자리’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2016년 11월 자국 이기주의에 기반한 ‘미국 우선주의’로 대통령에 당선된 만큼, 오는 11월 중간선거에서 핵심 지지층의 표를 끌어내기 위해서는 일자리 창출 공약을 지켜야 하는 입장이다. 트럼프 캠프와 러시아 간 공모 의혹인 ‘러시아 게이트’ 수사가 확대되면서 이 같은 필요성은 더욱 커졌다고 워싱턴 정가는 해석하고 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외국산 세탁기·태양광 제품에 대한 세이프가드 조치 서명식에서도 “이 조치가 미국에서 많은 일자리를 창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의 ‘일자리 창출’을 위한 행보는 24~26일 세계경제포럼(WEF)에서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게리 콘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경제성장과 번영을 이끌고 미국 시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최고의 영업사원이 되기 위해 헌신하고 있으며 이를 WEF에서 강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트럼프 대통령은 23일 유럽 기업 CEO들을 초청한 만찬을 베풀면서 “감세와 규제 완화로 인해 미국이 기업 하기 좋은 곳이라는 점을 역설할 예정”이라고 콘 위원장은 덧붙였다.

하지만 일자리 창출을 위해선 동맹이든, 적국이든 가리지 않겠다는 트럼프 행정부의 ‘무차별적’ 정책에 대한 우려가 적지 않다. 통상 문제를 넘어 미국 안보의 근간인 동맹체제 자체를 흔들 수 있다는 것이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이 대표적이며, 미국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탈퇴도 마찬가지다. 마이클 그린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 부소장은 이날 세미나에서 “북한의 관점에서는 트럼프 행정부가 한·미 FTA를 공격하는 것을 보고 매우 기뻐할 것”이라면서 “한·미 FTA는 기본적으로 미국의 한국에 대한 헌신을 보여주는 것인데, 재협상은 이에 대한 한국의 신뢰를 공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 세계 각국 정상들도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회귀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이날 WEF 기조연설에서 “보호무역주의 세력이 세계화에 맞서 고개를 들고 있으며, 국가 간 무역장벽이 높아지는 현재 상황이 우려스럽다”면서 “보호무역은 세계화의 자연스러운 흐름을 바꾸려는 시도”라고 비판했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도 기조연설에서 “지금 우리는 전 세계에서 교역 회의론을 목도하고 있는데, 이는 보호무역주의자들의 공격”이라고 지적했다. 브리기테 치프리스 독일 경제부 장관도 이날 미국의 세이프가드 발동에 대해 “한국·중국과의 새로운 무역전쟁을 일으킬 수 있으며, 이는 유럽과 독일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신보영 특파원 boyoung2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