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구제조치 남용” 비판 속
자국 내 애플 등에 압박 전망

미국이 22일 외국산 세탁기와 태양광 패널에 대해 고율 관세를 부과하는 세이프가드를 발동하자 중국이 자국 내 미국 기업에 보복 카드를 꺼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중국은 또 이번 미국의 조치에 대해 “무역구제조치 남용”이라고 강하게 비판하면서도 미국이 북핵 문제 해결에 중국의 도움을 받으려면 무역 분쟁 등의 이슈를 잘 처리해야 한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24일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미국의 이번 보호무역 조치로 중국 내에서 사업을 하고 있는 애플 등 미국 다국적 기업들이 중국의 보복 조치로 집중 공격을 당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WSJ는 “메리어트호텔 등 외국계 기업들이 중국의 분노로 비틀거리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미국의 조치로 이들 기업이 미·중 간 무역 전쟁이라는 암울한 전망에 맞닥뜨려 있다”고 보도했다. 메리어트호텔은 지난달 홈페이지에 대만을 국가로 표현했다가 중국의 강력한 항의로 실수를 인정하고 직원 교육에 나서는 등 홍역을 치른 바 있다. 신문은 미국 조치에 따른 중국의 강화된 시장 규제로 외국계 기업들이 앞으로 더욱 어려운 상황에 처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런민르바오(人民日報) 자매지인 환추스바오(環球時報)와 글로벌타임스는 24일 공동사설을 통해 “우리는 중·미 싸움에서 침착하고도 효과적으로 대응해야 하며, 중국은 미국의 적극적인 무역 동반자 겸 위엄 있는 무역 전쟁 상대가 돼야 한다”며 “중국은 (한국과 달리) 미국에 휘두를 몽둥이가 매우 많으며 상무부 문 뒤에 놓고 한 개씩 꺼내서 미국의 머리에 혹을 내야 할 때가 되면 망설일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다.

중국은 대외적으로는 미국에 다자무역 규칙을 준수하라며 강한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중국 상무부의 왕허쥔(王賀軍) 무역구제조사국장은 23일 “미국의 이번 조치는 많은 무역 파트너의 우려를 불러일으켰다”면서 “미국이 세이프가드 사용을 자제하고 다자무역 규칙을 준수해 세계 경제 발전에 적극적인 역할을 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미국의 대중 무역 압박이 더욱 강해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중국은 북핵 문제를 연결 고리로 미·중 갈등을 돌파하려는 의도도 내비쳤다.

베이징=김충남 특파원 utopian2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