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서울 지하철 1호선 온수역 선로 부근에서 작업 중 사망한 파견직 노동자 전모(36) 씨의 유족들이 정부와 코레일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확인됐다. 전 씨의 형과 어머니 이모 씨는 지난 4일 고용노동부(대한민국)와 코레일, 시공사와 감리회사를 상대로 한 손배소를 인천지법 부천지원에 제기했다고 11일 밝혔다. 전 씨는 지난달 14일 인력사무소를 통해 온수역 선로 옆 배수로 덮개 공사에 투입된 지 3일 만에 열차에 치여 사망했다.

유족 측 안재현 변호사에 따르면, 유족들은 △열차 운행 시간 궤도 부근 공사를 막지 않은 고용부 △작업 시간 전 현장에 들어가도록 방치한 코레일 △적은 인원을 투입해 무리한 작업을 지시한 시공사 △안전 관리를 하지 않은 감리회사 모두 전 씨의 죽음에 책임이 있다는 입장이다. 안 변호사는 “코레일은 자신들에게는 책임이 없다며 위로금만 제시하는 등, 전 씨가 파견직이라는 이유로 아무도 책임지려 하지 않고 있다”며 “경찰도 사고 원인을 파악하려는 의지가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고용부 서울관악지청 관계자는 “사고 당시 작업 현장에서 노동 관련 규정을 어겼는지는 조사하고 있는 단계”라고 말했다. 코레일 관계자는 “규정에 따라 위로금을 지급하려 한 것이고 책임 소재는 더 지켜봐야 한다”고 해명했다. 경찰 수사는 여전히 지지부진한 상태다. 경찰은 시공사 등 업체 관계자들을 피의자로 입건해 조사하고 있지만, 사고 원인 파악에 애를 먹고 있다. 서울 구로경찰서 관계자는 “목격자도 없고 CCTV도 없어 정확히 (원인이) 나온 게 없다”며 “수사는 더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현진 기자 jjin23@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