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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달러환율 1100원선 붕괴
기업 74%가 “환차손 입었다”
高유가에 경쟁력 훼손 전망도

美·中 갈등 격화땐 韓도 피해
사드보복 봉합됐지만 체감못해
美 세이프가드 압력도 변수로

국내 A 수출 대기업은 요즘 원화 가치, 금리, 유가가 함께 트리플 강세를 보이는 ‘신(新)3고(高)’가 내년 수출 경기 자체를 좌우할 것으로 보고 온통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원화 가치는 원·달러 환율이 1년 2개월 만에 1100원 선이 붕괴될 정도로 강세다.

내년 1월 초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외국산 세탁기 긴급수입제한조치(세이프가드) 조사 공청회를 열기로 하면서 가전업체의 위기감은 한층 고조되고 있다. 세이프 가드가 발동되면 삼성전자와 LG전자가 한 해 미국에 수출하는 물량 중 세이프 가드 적용을 받는 108만 대 중 53만 대 안팎이 줄어들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새해 통상·수출을 좌우할 3대 리스크로 신3고, G2 갈등 및 보호무역주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보복 여파가 내수·수출기업의 어려움을 가중시킬 것이란 분석이 잇따르고 있다.

26일 산업계·연구기관에 따르면, 신3고로 인해 펀더멘털과 건전성이 취약하면서도 대외의존도가 높은 경제 전반에 큰 위협으로 작용할 개연성이 부상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가 212개 기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약 74%의 기업이 원·달러 환율 1100원대 붕괴로 환차손을 입은 것으로 조사됐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환율은 아직 버틸 만한데 1000원 가까이 떨어지면 어려워질 수 있다”며 “유가는 올해보다 10% 올라 60달러대 중반이 예상되나 더 오를 수도 있다”고 말했다. 국제유가 상승은 석유화학 중심의 수출 단가는 오르겠지만, 전체적으로 석유의존도가 높은 국내 산업 구조상 경쟁력 훼손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미·중 갈등도 내년에 더 치고받기 식으로 격화되면 양국에 대한 교역 비중이 높은 우리나라의 피해는 점증할 수밖에 없게 된다. LG경제연구원은 “미국의 대중국 무역제재로 중국 수출이 줄어들면 부품·소재 비중이 높은 우리나라의 대중 수출이 연쇄적으로 둔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보호무역주의의 칼날은 미국이 세탁기 세이프 가드 발동 검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초강력 무역제재에 속하는 무역확장법 232조 카드를 점검하고 있는 데서 알 수 있듯 이미 표면화됐다. 중국도 마찬가지다.

오경수 한국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중국의 대(對)한국 보호무역조치는 무역기술장벽(TBT), 위생 및 검역(SPS), 반덤핑이 주를 이루고 있는데 화학, 전기·전자, 기계, 자동차 등 국내 주요 주력 수출산업에 고르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분석했다.

관광업계 관계자는 “한·중 정상회담으로 사드 문제가 봉합됐다고 하나 전혀 체감할 수 없고 ‘국지적’ 보복이 지속되고 있다”며 “국내 관광, 유통, 수출 등에 미친 피해가 10조 원이 넘는데 이런 상태로 가면 내년에도 센카쿠(尖閣·중국명 댜오위다오)열도 분쟁 보복 조치처럼 3년 차로 보복이 이어질 수도 있을 것으로 보여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이민종 기자 horiz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