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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 성과급 등 돈다발 앞세워
검증된 한국 기술력 속속 영입

국내업계 30~40% 대상 올라
관련업체 빈자리 메꾸기 급급

“우리 회사에서 1개 팀이 통째로 중국으로 넘어갔어요.”

19일 문화일보 취재진을 만난 국내 A배터리 업체 관계자는 중국의 배터리 인력 유출의 심각성을 전하면서 “경력직을 뽑아도 빠진 자리 메꾸기에도 급급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우리 회사에서 경력 지원자를 선발할 때 중국에서 제시한 대우의 절반은 보장해 달라는 사람이 적지 않아 면접 임원들이 깜짝 놀라고 당황하더라”고도 했다. 국내 배터리 인력의 30∼40%가 중국 배터리업계의 스카우트 대상이라는 말까지 공공연하게 나도는 상황을 짐작하게 했다. 업계에서는 올해 국내의 다른 후발 업체가 100명 이상의 인원을 뽑은 것이 그나마 중국 인력의 유출을 막는 데 기여했다는 자조 섞인 평가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반도체, 디스플레이에 이어 ‘배터리 굴기(굴起)’를 주창하는 중국이 막강한 자본력을 앞세워 한국 배터리 기술 인력을 빼가려 기를 쓰고 달려들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중국 현지의 B 국내 배터리사 부장급 관계자는 “주로 연구원이나 공장에서 생산 과정에 관여하는 엔지니어들을 중심으로 월급의 2∼3배를 주겠다고 제의해 데려간다”고 전했다. 그는 “반도체 업종의 사례처럼 2∼3년간 일하다 기술만 뺏기고 ‘팽(烹)’당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문제는 업계에서 이런 사정을 알면서도 이직을 한다는 점이다. 또 다른 C 배터리 업체 관계자는 “부장급 직원들은 ‘어차피 몇 년 뒤 회사를 나가야 하는데 2∼3년 바짝 벌고 나가는 게 차라리 낫다’고 판단하는 것 같다”고 귀띔했다.

중국 업체들은 경력 10년 이상의 부장급 기준으로는 약 4억∼5억 원의 연봉을 제시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중국 최대 전기차업체인 비야디(BYD)는 최근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고 중국 광둥성 선전에서 근무할 한국 출신 인력의 공개 모집에 나서기도 했다. 연봉 외에도 성과급, 연말 보너스, 관용차 보조금, 자동차 구입 보조금, 1인용 숙소까지 지원한다는 내용이었다. 비야디는 중앙연구소 소장으로 한국 엔지니어도 임명했다. 현지 기업 관계자들에 따르면 중국 완성차 업체들도 한국 배터리 인력에 눈독을 들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기차 등을 연구하는 완성차 업계에서도 배터리 성능을 확인하는 이른바 ‘검증인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한국 전기차 배터리 업체들이 1년 동안 중국 정부로부터 보조금을 받지 못하며 고전하는 사이 한국 인력 빼가기는 정점에 달한 모양새다. 배터리 산업에서 한국과 중국의 기술 격차는 3∼5년 정도지만, 이미 양적으로는 중국 배터리 업계가 한국을 크게 압도하고 있다. 배터리 사업은 대규모 설비투자와 같은 하드웨어 측면의 투자 외에도 사람이 만들어내는 지식이 수반돼야 하는 대표적인 인재 산업으로도 꼽힌다. 천문학적인 돈을 들여서라도 고급 인력을 데려오는 것이 중국으로서는 한국을 단숨에 따라잡는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주중 한국 대사관 관계자는 “중국 기업들이 후발 주자로서 속도를 내기 위해 아직은 개도국에서 보편적인 ‘캐치업(따라잡기) 전략’을 쓰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경제 위상이 올라가면서 이런 외국 제품 ‘카피(복사)’ 이미지를 벗어나기 위해 지식재산권 보호 등을 내세우고 있다”고 설명했다.

방승배 기자 bsb@munhwa.com, 베이징=김충남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