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회의 ‘법원 조정안’ 수용
34억원 구상권 청구소송 철회
정부 “상생·화합 대승적 차원”
야권 “국고손실 또 반복” 비판

정부는 12일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과 관련한 구상권 청구 소송을 사실상 철회하는 내용의 법원 ‘강제조정안’을 수용하기로 했다.

정부는 이날 이낙연 국무총리 주재로 국무회의를 열고 강정마을 해군기지 반대 시위로 건설을 지연시킨 시민단체 측에 제기한 소송과 관련한 강제조정안을 심사하고 이같이 결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4부(부장 이상윤)는 “상호 간 일체의 민·형사상 청구를 제기하지 않고, 상호 간 화합과 상생을 위해 노력한다”는 내용의 강제조정 결정문을 지난달 23일 송달했고 정부는 30일 이를 접수했다.

소송 피고 측인 시민단체 측도 강제조정안에 모두 동의하면 정부의 구상권 청구 철회는 확정되게 된다. 정부 관계자는 “상생·화합을 위한 대승적 차원에서 조정안을 수용하기로 했다”며 “정부 차원에서 전체 상황을 보고 결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민사조정법에 따라 원고와 피고는 2주일 안에 강제조정안 수용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정부는 박근혜 대통령 재직 시절인 지난해 3월 제주기지 건설 반대 활동으로 공사가 지연돼 손해를 봤다며 강정마을 주민과 연대한 시민단체 등에 34억5000만 원의 구상권 청구소송을 냈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당시 “강정마을에 대한 해군의 구상금 청구소송을 철회하고 사법처리 대상자를 사면하겠다”는 내용의 공약을 제시했고, 이에 따라 정부는 피고 측과 소송 취하를 위한 협상을 진행해 왔다.

그러나 양측이 최종 합의를 보지 못하면서 재판부가 판결에 준하는 강제조정을 내렸다. 청와대는 그동안 “양측의 소송 대리인들이 협의할 일”이라고 공식 입장을 밝혀 왔지만, 사회혁신수석실을 중심으로 적극적으로 구상권 철회 문제에 개입해 왔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었다.

정부의 이 같은 결정에 대해 불법시위에 대한 면죄부를 주는 것이고 국고 손실을 방치한 배임 행위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정태옥 자유한국당 원내대변인은 “강정마을 구상권을 철회하는 것은 불법 시위꾼에 의해서 국고가 엄청나게 손실된 사례를 또다시 반복하고 있는 것”이라며 “정부가 이들에 대해서 엄중하게 구상권을 청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병채·정충신 기자 haass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