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차개시 제안… 贊 58·反 364
민주 지도부 “지금, 때 아니다”
내년 중간선거 역풍 우려 반대

‘러제재 풀릴 것’플린문자 공개
NYT “러와 공모 보여준 증거”

미국 하원이 6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탄핵을 위한 결의안 요구와 관련된 제안을 압도적 표차로 부결시켰다. 하지만 마이클 플린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대러시아 제재 해제를 시사했다는 증언이 나오면서 이른바 ‘러시아 게이트’에 대한 로버트 뮬러 특별검사의 수사결과에 따라 탄핵 카드가 다시 살아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날 하원은 앨 그린(민주·텍사스) 하원의원의 트럼프 대통령 탄핵 절차 개시를 요구하는 제안에 대해 표결한 결과, 찬성은 58표를, 반대는 364표를 기록했다. 전체 435명의 의원 중 투표에 참여한 의원의 86%가 현 단계에서는 탄핵 절차가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한 셈이다. 그린 의원은 제안서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인종차별주의에 뿌리를 두고 있으며, 이는 대통령직에 부적합하다”면서 탄핵 절차 개시 필요성을 주장했다.하지만 과반인 240석을 차지하고 있는 여당 공화당이 일찌감치 반대 의사를 명확하게 표명했다. 민주당의 낸시 펠로시 하원 원내대표도 “지금은 탄핵을 고려할 때가 아니다”라고 밝혀 당초 가결 가능성은 크지 않았다. 민주당 지도부는 섣불리 탄핵을 시도했다가 역풍을 맞을 수 있고, 이는 오는 12일 앨라배마주 상원의원 재·보선과 내년 11월 중간선거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CNN방송은 분석했다. 당장 8일로 다가온 연방정부 예산 통과 시한을 앞둔 상황에서 오히려 트럼프 대통령이 탄핵 추진을 ‘연방정부 셧다운(일시 폐쇄)’의 책임을 민주당에 돌리는 재료로 활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뉴욕타임스(NYT)는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 캠프와 러시아 정부가 내통했다는 러시아 게이트에 대한 특검의 수사 과정에서 기소된 플린 전 안보보좌관이 지난 1월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사가 진행되는 동안에 과거 사업파트너에게 “대러시아 제재가 트럼프 행정부의 첫 조치로 파괴될 것(ripped up)”이라는 문자를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이 사업파트너는 2015∼2016년 플린 전 안보보좌관이 몸담았던 ‘ACU 전략 파트너스’의 알렉스 콥슨으로, 이 회사의 내부 고발자가 플린 전 안보보좌관의 문자 내용을 일라이자 커밍스(민주·메릴랜드) 하원의원에게 제보했다고 NYT는 전했다. NYT는 “이 문자 내용은 제재 해제를 통해 러시아 측과 중동에서의 원자력발전소 건설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을 미리 알려준 것으로, 트럼프 캠프와 러시아 정부 간 공모 의혹을 보여주는 방증”이라고 분석했다.

워싱턴 = 신보영 특파원 boyoung2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