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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小소위서 ‘벼락치기 심사’
감액심의기간 예년보다 짧아
부실·졸속으로 처리했을수도
민원성 예산 최대규모 전망
“쪽지예산 철저히 점검해야”

‘국회에서 확정된 내년 예산에서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은 얼마나 늘었을까?’

5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예산안(정부안)과 국회에서 확정된 예산안(국회 확정안) 사이에 SOC 예산 증가액은 이명박 정부가 4대강 사업 등으로 SOC 예산을 크게 늘려 편성한 첫 예산인 2009년 예산(3조6000억 원 증가)을 제외하고는 2010∼2017년 사이 1000억∼4000억 원 규모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올해 국회 확정안에서 SOC 예산이 4000억 원 이상 늘어날 경우 2009년 이후 9년 만에 가장 큰 증가 폭을 기록하게 된다.

특히 내년 예산의 경우 정부안에서는 SOC 예산이 전년 대비 4조4000억 원(20.0%)이나 줄었는데, 국회 심의 과정에서 얼마나 변동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올해는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예결위)의 감액 심의 기간이 예년에 비해 훨씬 짧았고, 여야 정치권이 내년 예산안에 대한 ‘정치적 타협’을 발표한 뒤 예결위원장과 여야 간사 등 극소수로 구성된 예산안등조정소위원회의 소위원회(소소위원회)에서 ‘벼락치기 증액 심사’가 진행되는 만큼 역대 어느 해보다도 민원성 SOC 예산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경제 부처에서는 “올해 예산안 심사는 상대적으로 예산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예결위에서 중요 쟁점들이 타결되지 못하고, 여야 원내지도부의 정치적 흥정을 통해 일괄 타결됐기 때문에 예년보다 부실·졸속 심의가 이뤄졌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올해 예산 심의 과정에서 증액된 대표적인 SOC 사업으로는 호남고속철도(KTX) 2단계(광주송정∼목포) 사업의 무안공항 경유 확정이 손꼽힌다. 정부안에 반영된 호남고속철도 2단계 사업 예산은 설계 등에 필요한 154억 원에 불과하지만, 무안공항 경유 노선이 확정되면서 호남고속철도 2단계 사업 전체 예산은 1조 원가량 증가할 것으로 알려졌다.

호남고속철도 2단계 사업은 일단 설계 등에 필요한 예산만 반영하면 되기 때문에 당장 내년 SOC 예산 증액 규모는 크지 않을 수 있지만, 향후 SOC 예산 증가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사실에 대해서는 이견(異見)이 없다.

국회 심의 과정에서 정치권 유력 인사들의 지역구와 관련된 SOC 예산도 많이 증가할 것이라는 분석도 힘을 얻고 있다.

특히 내년 6월에는 지방선거가 예정돼 있어서 여야 정치권 인사들의 ‘쪽지 예산’(국회의원의 개인적인 민원 예산)이 급증할 것이라는 주장이 정설로 굳어지고 있다. 국회를 통과한 내년 예산안의 SOC 예산이 정부안에 포함된 SOC 예산보다 크게 늘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도 쪽지 예산의 90% 이상이 SOC 예산이기 때문이다.

민간 경제연구소 고위관계자는 “올해 예산안 심의가 유독 부실·졸속인 경우가 많았고, 내년 6월에는 지방선거도 예정돼 있어 납세자들이 여야 정치권 인사들의 민원성 쪽지 예산이 얼마나 늘었는지 철저히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조해동·박수진 기자 haedo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