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통과돼야 할텐데… 국회 예산안 처리를 앞둔 5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낙연(오른쪽 세 번째) 국무총리와 김동연(〃두 번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 국무위원들이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 與野 오후 본회의 처리 예정

小소위서 지역구 예산 주고받기식 정치 거래
국회 337호 등 밀실서 간사·지도부끼리 처리
부수법안 심사 등 시간부족 날림·졸속 불가피

여야가 합의한 429조 원 규모의 문재인 정부 첫 예산안은 밀실, 짬짜미, 날림 심의의 결과다.

이번 예산은 ‘비밀의 방’으로 불리는 국회 본청 337호실과 여의도 한 식당에서 탄생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더불어민주당은 예산안 협상이 난관에 부딪힐 때마다 국민의당과 식당에서 조찬을 함께하며 호남 사회간접자본(SOC) 예산과 선거구제 개편 등의 당근을 내밀어 국민의당을 회유했다. 항목별 막판 증액작업은 여야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간사 3명이 본청 337호실 등 밀실에 모여 12시간 만에 일사천리로 처리했다. 이러다 보니 전문성을 갖춘 의원들이 공개리에 진행한 상임위원회의 예산심의는 무용지물이 됐고 예결위는 무력화됐다.

여야 3당 원내대표들은 전날 예산안 합의문을 작성하고 5일 본회의를 열어 법인세·소득세 등 부수 법안과 예산안을 차례로 표결에 부치기로 했지만 심의는 물론 합의 이후 표결까지 진행해야 할 과정에 비해 시간이 터무니없이 부족해 최악의 졸속처리가 불가피한 실정이다. 여야는 지난달 12일부터 공식 심사 틀인 예결위 예산안 조정소위 등을 가동했지만, 주로 비쟁점 예산만 심의했을 뿐 핵심 예산은 속기록도 남기지 않는 비공개 간사 회동이나 지도부 간 일괄 협상 테이블로 넘어갔다. 당 소속 의원들은 물론, 예결위 의원들조차 논의 진행 과정을 알 길이 없었다. 심지어 취재진의 접근까지 막은 채 밀실에서 그들만의 심사를 벌였다. 여야 원내 지도부가 예산안 합의문을 발표하자, 일부 예결위원들은 “이럴 거면 예결위와 상임위는 왜 필요한가”라고 반발하기도 했다.

통제받지 않는 밀실 심사는 결국 여야 3당의 ‘주고받기식’ 구태로 이어졌다. 이날 오전 예결위 소소위 협상장에서도 민주당과 국민의당, 자유한국당은 서로 지역구 예산안 증액을 요구하느라 시간을 지체한 것으로 전해졌다. 예결위 관계자는 “어제까지만 해도 전혀 보이지 않던 예산이 수억 원씩 늘어있는 경우가 부지기수”라고 말했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역 SOC 예산 증액을 요청하는 ‘쪽지 예산’ 관행도 여전했다.

김윤희·이은지 기자 wor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