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규제혁파 중요” 이낙연(앞줄 왼쪽) 국무총리가 30일 오전 경기 광교 테크노밸리 차세대융합기술연구원에서 ‘규제혁파를 위한 현장대화’를 한 뒤 로봇연구실을 방문해 로봇이 밸브를 잠그는 모습을 살펴보고 있다. 이 총리는 이날 “혁신의 성공 여부는 규제를 얼마나 없앨 것이냐에 달려 있다”며 규제개혁 필요성을 강조했다. 연합뉴스

<4부> 고용창출 사다리를 만들어라 - ④ 민간주도 新산업 성장

원격진료 등 칸막이 규제 막혀
美·中 확대하는데…10년 표류

예외적 허용 포지티브 규제에
핀테크 후진국… IT강국 무색

韓 4차혁명 준비도 세계 25위
정책이 산업융합·혁신 걸림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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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도 한국에서 할 수 없는 사업만 17가지….’

세계 각국은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loT), 빅데이터, 자율주행차 등 4차 산업으로 신성장동력을 찾느라 사활을 걸고 있지만, 한국은 현실을 반영하지 않은 ‘거미줄 규제’가 혁신을 가로막고 있다. 정부는 30일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 제2차 회의를 개최해 ‘혁신성장을 위한 사람 중심의 4차 산업혁명 대응계획’을 확정·발표했으나 이를 견인할 규제개혁 방안은 기존의 ‘규제 샌드박스’뿐이었다.

1일 업계에 따르면 4차 산업혁명 관련 기술 개발과 사업화를 곳곳에서 옭아매는 고질적인 규제로는 △산업 간 융합과 협업을 가로막는 칸막이 규제 △원칙 금지·예외 허용의 포지티브 규제 △대상을 광범위하게 지정하는 투망식 규제 등이 꼽힌다.

칸막이 규제 탓에 가장 타격을 받는 곳은 정보통신기술(ICT) 분야다. 보건·의료·보안 등 칸막이 규제가 강한 분야와 결합되는 데 제약이 많아서다. 인허가 등 진입 장벽도 큰 걸림돌이다.

구체적인 사례로는 의료 분야 칸막이 규제로 사업화가 지연된 당뇨폰이 있다. 헬스케어 의류도 분류 기준이 불분명해 출시가 지연되고 있다. 미국과 중국에서 빠르게 보급되고 있는 원격 진료는 의료법·약사법에 가로막혀 10년째 시범 사업만 하고 있다. 드론(무인항공기) 하나를 띄우려고 해도 항공법, 전파법, 도로법 등 대여섯 가지 규제를 받아야 한다.

혁신으로 유명한 글로벌 기업 구글도 한국에선 옴짝달싹 못 하는 형국이다. 국내에서 구글의 AI 의료 서비스, 유전자 연구, 드론 배달 등 17가지 사업은 개인정보보호법과 의료법, 항공법 등을 위반해 영위할 수 없다. 규제가 IT 강국의 이점을 살리지 못한다는 지적도 많다. 해외와 비슷한 시기에 태동한 국내 핀테크 산업이 뒤처진 이유로는 포지티브 규제(원칙 금지·예외 허용)가 꼽힌다.

유정주 한국경제연구원 기업제도팀장은 “U-헬스케어도 포지티브 규제 탓에 예외 허용에 포함되지 않은 유·무선 통신을 통한 진료기록 열람이 허용되지 않아 발전하지 못하고 있다”며 “IT산업의 이점을 살려 바이오, 금융산업과 결합하면 기술 주도권을 가질 수 있는 분야가 많다”고 말했다.

이 같은 제도상 한계 때문에 한국의 4차 산업혁명 준비도는 세계 25위에 불과하다. 스위스 최대 은행 UBS의 ‘2016년 4차 산업혁명 준비도’ 평가에 따르면 스위스(1위), 싱가포르(2위), 미국(5위)이 상위권을 차지한 데 반해 한국은 25위에 그쳤다. UBS가 평가 기준으로 삼은 노동시장 유연성에서 한국은 138개 나라 중에서 83위로 중하위권을 기록했다.

이에 신산업에 대해 포지티브 방식 대신에 네거티브 방식(원칙 허용·예외 금지)으로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4차 산업과 관련해 개인의 생명과 안전 등을 제외한 규제를 일괄적으로 줄여 규제의 합리화를 이뤄가야 한다”며 “신산업은 일정한 성장단계까지 규제를 풀어줘 기업이 사업화에 도전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줘야 한다”고 말했다.

한경연에 따르면 4차 산업 촉진제도가 정착될 경우 2016년부터 2020년까지 ICT 융합부문에서만 국내총생산(GDP) 4.5% 증가, 72만8000명 고용 창출 효과 등이 예측됐다. 이는 한국 ICT 융합제품의 세계 시장 점유율 상승에 따른 5년간 누적 변화를 2015년 기준으로 추정한 기대치다.

권도경 기자 kw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