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서울=연합뉴스) 북한이 29일자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을 통해 공개한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5형’ 시험발사 모습. 2017.11.30

화성-15형 ‘ICBM급’ 지칭
“北 국면전환 위한 단계로 가”
제재도 대화도 주도하지 못해

文대통령-시진핑 통화 안해

북한이 미국 전역을 사정권에 두는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에 성공하면서 문재인 정부의 외교적 입지가 점점 좁아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동안 국제적 제재를 주도하지도 못한 데다 북한이 대화 국면으로 전환을 시도하더라도 우리가 끼어들 여지가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북한이 문재인 대통령이 설정한 ‘레드라인’(금지선)을 향해 일관되게 가고 있었지만, 이를 내다보지 못하고 중도 대화 가능성에 미련을 버리지 못한 결과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청와대 관계자는 30일 “북한이 국면 전환을 위해 마지막 단계로 가고 있다는 분석이 있다”며 “갈등이 군사적 충돌로 번지지 않게 잘 관리하면서 실제로 상황이 변할 때 우리가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미국 전역 핵무기 타격 능력 완성을 선언하면서 미국과 대화에 나설 것이라는 일각의 전망이 나오고 있는데 이에 대해 기대를 걸고 있는 듯한 인상이다. 그러나 북한이 대화 국면 전환을 염두에 두고 있더라도 미국과 직접 대화하겠다는 입장이 확고해 우리 정부가 외교적 역량을 발휘할 가능성은 거의 없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청와대와 정부는 그동안 한편으로는 미국이 외교적 해법의 틀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설득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북한에 대화 의사가 있다는 신호를 보내기 위해 북한 도발 수위를 보수적으로 규정하는 입장을 취해 왔지만 이 같은 전략도 한계에 다다른 모습이다. 문 대통령은 8월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레드라인에 대해 “북한이 ICBM을 완성하고, 거기에 핵탄두를 탑재해 무기화하는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윤영찬 국민소통수석은 29일 문 대통령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 간의 전화통화 브리핑을 하면서 “북한의 ICBM급 미사일 관련 통화”라고 말했다. 윤 수석은 지난 7월 28일 북한의 화성-14형 시험 발사 직후 열린 국가안전보장회의(NSC) 회의 결과 발표 브리핑에서는 ‘ICBM급으로 추정되는 탄도미사일’이라는 표현을 썼다. 문 대통령 본인도 “미국이 선제타격을 염두에 두는 상황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함으로써 미국의 군사옵션 사용을 말리기 어려운 상황이 올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한편 문 대통령은 북한의 화성-15형 시험 발사 이후 한·미 정상과 잇따라 통화한 것과 달리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는 통화하지 않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아직 통화 계획이 잡힌 게 없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서도 중국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의 제한적 운용 등과 관련해 각종 요구를 쏟아내고 있지만, 우리가 필요한 사안에 대해서는 제대로 말을 하고 있지 못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병채 기자 haass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