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문가들 우려 잇따라

文 주재 혁신성장회의 앞두고
“돈·인력 아닌 과잉규제가 문제
新산업 만들 과감한 개혁 필요”

‘규제프리존’ 前정부 유산 외면
샌드박스 도입도 한계론 제기

문재인 대통령이 주재하는 ‘혁신성장 전략회의’가 28일 오후 열리는 가운데 경제 전문가들 사이에서 ‘기업가 정신’을 북돋는 규제개혁 의제가 중심에 서지 못하는 혁신성장 논의는 결국 ‘공염불’로 전락할 것이라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대학 교수는 이날 문화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성공적인 혁신성장을 위해선) 새로운 산업을 만들 만큼의 과감한 규제개혁 노력이 무엇보다 필요하다”면서 “기업이 새로운 산업을 일으키지 못하는 이유가 1997년 외환위기 때처럼 돈과 인력 등이 없어서가 아니라 과도한 규제로 성장 기회를 잃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해집단의 행정불편을 해소하는 것을 규제개혁으로 부르거나, 이념적 지향성과 편견 때문에 규제개혁을 흉내만 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수도권을 제외한 전국 광역시·도에서 세제와 인력 등 각종 지원과 네거티브 규제(필요한 것만 규제하고 나머지는 풀어주는 방식)를 통해 신산업을 육성하는 내용의 ‘규제프리존법’은 전 정권 정책이라는 이유로 정부와 여당으로부터 외면당하고 있다. 또 카풀업체인 ‘풀러스’가 통상적인 출·퇴근 시간에 제공하던 서비스를 24시간 체제로 확대한다고 하자 서울시는 택시업계의 반발 속에 현행법 위반으로 고발했다.

정부가 규제 완화 방안으로 추진하는 ‘규제 샌드박스(신사업에 도전할 경우 규제 대상에서 제외)’의 한계론도 나온다. 이 교수는 “영국에서 규제 샌드박스를 처음 도입했으나 새로운 산업을 창출한 사례가 없다”며 “규제 샌드박스를 해봐야 (카풀앱 사례처럼) 정치권, 이해집단 등의 문제를 풀지 못하면 결국 자원 낭비에 불과한 결과를 초래한다”고 말했다.

규제 문제로 전혀 새로운 사업에 도전하지 못하는 사례는 이뿐만이 아니다. 권태신 한국경제연구원 원장은 “최근 중국 택배 시장에서 드론이나 로봇을 활용하는 사례가 급증하는데, 우리나라는 규제 등으로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면서 “인공지능(AI)이나 빅데이터 산업 등이 미래 부가가치의 보고이지만 개인정보규제 등의 이유로 국내에선 산업화의 진척이 더디다”고 분석했다.

권 원장은 이어 “혁신 성장의 출발점은 사회적 합의를 끌어내고 규제를 과감하게 푸는 데서 시작해야 한다”면서 “기업들이 투자에 나설 수 있도록 과감한 규제 혁파와 노동시장 유연성 확보가 뒤따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관범 기자 frog7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