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외교안보라인 혼선 가중

외교차관보 ‘국장 결재’ 모르고
국방부는 ‘전달받은 사실’ 몰라

외교부 측 “군사당국 대화때
中이 무슨 얘기할지 모르겠다”
구체요구사항 정보 파악 못해

외교부와 국방부가 한·중 정상회담 전 개최될 것이 유력한 군사 당국 회담을 앞두고 혼란스러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갈등 해결과 ‘봉인’을 위해 더없이 중요한 군사 당국 회담에 대해 관계자들이 상황 파악을 제대로 하지 못하거나 책임 회피 태도를 보이면서 한·중 정상회담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윤순구 외교부 차관보는 27일 오전 7시쯤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중국 측이 요구하고 있는 군사 당국 회담에 대해 “결재한 바가 없다”며 관련 문서를 국방부에 공식적으로 전달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윤 차관보는 다만 “양 부처 장관이 국가안전보장회의(NSC)나 국무회의 등을 계기로 만나 직접 이야기를 나눴을 가능성은 있다”고 말했다. 같은 시각 국방부 대변인도 외교부로부터 군사 당국 회담과 관련한 내용에 대해 전달받은 것이 있는지는 확인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문화일보는 외교부와 국방부 측에 정확한 사실관계 확인을 거듭 요청했고, 이에 대해 외교부 당국자는 오전 10시 50분쯤 “국장급 결재를 통해 관련 내용을 문서로 전달했다”고 밝혔다. 차관보 결재를 생략한 이례적인 방식으로 국방부에 내용을 전달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국방부는 이에 대해서도 부인했다. 국방부 국제정책관실 관계자는 “외교부 차원에서 충분한 조율이 이뤄질 것으로 본다”고 말해 외교부가 주무 부처라는 인식을 드러내기도 했다. 외교부와 국방부는 지난 22일 한·중 외교장관 회담 직후 중국 측이 군사 당국 회담을 원한다는 내용이 알려졌지만, 계속 자신들이 주 소관 부처가 아니라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외교부 당국자는 지난 24일 “(군사 당국 회담에서)중국 측이 무슨 얘기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군사 당국 간 의제를 조율해야 한다는 뜻으로 들렸다. 국방부는 “아직 공식 제안을 받은 것이 없다”는 말만 계속했다.

이와 관련, 한·중 관계를 정상화하기로 한 ‘10·31 합의’ 자체가 청와대 국가안보실 주도로 이뤄졌기 때문에 정부 부처에서 제대로 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하지만 청와대도 군사 당국 회담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언급을 꺼리며 컨트롤 타워로서의 역할을 하지 않고 있는 모습이다. 청와대와 정부가 최근 중국 측의 사드 관련 언급이나 조치를 국내적 이견 해소 절차로 과소평가하고 있어 안이한 대응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김병채·정충신·김유진 기자 haass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