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보노 회장’ 김한 변호사

“사회적기업·서민·소외층
법률지원 받기 쉽지 않아
우리 지식·경험 나눌 뿐”

“법조인들이 퇴직하고 맨날 등산이나 다니면 뭐합니까. 전문직 종사자로서 할 수 있는 봉사활동에 나서자 이거죠.”

22일 서울 서초구의 한 법률사무소에서 만난 김한 변호사의 책장에는 ‘변호사 인생 2막 설계하기’ ‘비영리단체(NPO) 법률지원단’ 등 자료집과 책들이 가득했다. 예순을 훌쩍 넘어 머리가 희끗희끗한 노(老)변호사가 펼쳐 보인 책들에는 노란색 형광펜으로 곳곳에 밑줄이 그어져 있었다. 고등법원의 최근 판결에 대한 사건번호 등 필기도 빼곡하게 돼 있었다. 김 변호사는 “지난 10월 결성한 시니어 프로보노지원단의 회장으로 활동하기 위해 관련 공부를 꾸준히 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변호사는 1985년 검사로 법조계에 발을 들인 뒤 2003년 서울중앙지검 전문부장검사로 공직에서 물러나 현재까지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시니어 프로보노지원단을 만들게 된 계기에 대해 “변호사들에게는 원래 연간 20시간 이상의 공익 활동을 한 뒤 활동 내용을 각 지방변호사회에 보고해야 하는 의무가 주어진다”고 설명했다. 이어 “의무 시간을 채우기 위해 서울지방변호사회 산하 프로보노센터에서 진행하는 각종 봉사활동에 참여하다 ‘내 전문성을 살린 공익활동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고, 올해 3월 마침 재단법인 동천의 NPO 법센터에서 진행한 NPO 법률지원단 강의와 5월에 열린 시니어 프로보노 활성화 간담회에 참여하게 된 게 계기”라고 말했다.

당시 간담회에서 만난 동년배 변호사들과 함께 “시니어 프로보노지원단을 결성해 보자”며 의기투합했고, NPO 법률지원단 강의와 간담회에 모두 참여했던 김 변호사가 회장직을 맡게 됐다. 김 변호사는 “개별적으로 서민들을 위한 무료 법률상담은 변호사들 누구나 그동안의 지식과 경험들만으로도 가능하지만, 사회적 기업 등 비영리단체에 대한 법률지원은 시스템상 아직 미흡하다는 점을 깨달았다”면서 “비영리단체들을 돕는 게 결국은 사회적 약자를 돕고 소외계층을 돕는 지름길이 된다는 생각을 갖고, 시니어 프로보노지원단을 통해 관련 강의와 상담 등 활동을 이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 사회는 아직 ‘프로보노’라는 말이 익숙하지 않아서 다들 주저하고 있는 측면이 있는 것 같다”면서 “전문직 종사자들이 자신의 전문성을 토대로 할 수 있는 봉사를 하는 게 프로보노로, 앞으로 참여가 더 많아지길 바란다”고 밝혔다.

김리안 기자 knr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