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초조’ 21일 미국에 불법으로 넘어온 중남미 출신 불법 이민자들이 캘리포니아 샌디에이고에 설치된 국경장벽에 기대앉아 망명신청 절차를 기다리고 있다. 미국은 이날부터 이민세관단속국(ICE) 직원들을 동원해 전국에서 불법 이민자에 대한 단속을 시작했다. AP 연합뉴스

■ 美 단속 개시… 곳곳서 충돌

전과없는 불체자도 발견시 체포
“이민자에 자비를” 국가기도회에
트럼프 “별로 흥미롭지 않았다”

18州, 출생시민권 제한 위헌소송

워싱턴=민병기 특파원 mingming@munhwa.com

미국 정부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틀째 불법 체류 이민자에 대한 단속을 개시했다. 학교·교회 등 ‘민감한 구역’에서도 체포에 나서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민주당이 단체장으로 있는 지역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불법 이민자 출생지주의 미적용 행정명령에 대한 위헌 소송을 제기하는 등 반발도 본격화하고 있다.

트럼프 정부의 ‘국경 차르’인 톰 호먼은 21일 CNN 인터뷰에서 이민세관단속국(ICE)이 전국 곳곳에서 불법 체류자 단속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호먼은 “이 나라에 불법으로 체류하고, 유죄를 선고받아 공공 안전에 위협이 되는 이들이 우리의 우선순위다”라며 범죄 경력이 있는 불법 체류자를 주로 단속할 계획이라면서도 현장 단속 과정에서 범죄 경력이 없는 불법 입국자를 발견할 경우 그들도 함께 체포할 것이라고 밝혔다. 호먼은 ‘피난처 도시’에서는 시 당국의 비협조로 체포에 어려움이 있어 단속 대상을 찾으러 다닐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미국에서는 정부의 불법 체류자 단속에 협조하지 않거나 협조 자체를 금지하는 지방자치단체를 ‘피난처 도시’라고 부른다. 이 도시는 주로 민주당 소속 단체장이 이끌고 있다.

벤저민 허프먼 국토안보부 장관 대행은 이날 ICE 요원이 교회, 학교와 같은 ‘민감한 구역’에서 단속 활동을 하는 것을 허용하는 지침을 발표했다. 허프먼 대행은 “범죄자들은 체포를 피하려고 미국의 학교와 교회에 더 이상 숨지 못할 것이다. 트럼프 정부는 우리 용감한 사법당국의 손발을 묶지 않고 그들이 상식대로 행동할 것으로 신뢰하겠다”고 밝혔다.

취임 이튿날 첫 일정으로 워싱턴DC의 워싱턴국립대성당에서 열린 ‘국가기도회’(A Service of Prayer for the Nation)에 참석한 트럼프 대통령은 이민자와 성소수자들에게 ‘자비를 베풀어 달라’는 요청을 일축했다. 마리앤 버드 성공회 워싱턴 교구 주교는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주님의 이름으로, 우리나라의 두려움에 떠는 이들에게 자비를 베풀어 달라”며 “민주당, 공화당, 무소속 가정에 게이, 레즈비언, 트랜스젠더 자녀가 있고, 일부는 목숨을 위협받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기도회 후 취재진과 만나 “별로 흥미롭지 않았다”면서 “좋은 기도회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야당인 민주당이 주 정부를 장악한 18개 주와 워싱턴DC, 샌프란시스코 등의 법무장관들은 이날 ‘미국에서 태어나거나 미국에 귀화한 모든 사람은 미국과 그 거주하는 주의 시민’이라고 확인한 수정헌법 제14조에 비춰 트럼프 대통령의 출생 시민권 제한 행정명령은 위헌이라고 주장하며 행정명령에 대한 위헌 소송을 냈다. 트럼프 대통령이 행정명령을 통해 조 바이든 정부의 정책을 대거 뒤집어 추가로 소송이 제기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외교 정책을 비판해온 존 볼턴 전 국가안보보좌관에 대한 비밀경호국(SS) 경호를 중단하도록 지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