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MBC 압수수색 비판 목소리
“언론의 자유 위축, 심히 우려”

MBC 전·현직 임원들의 부당노동행위 혐의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MBC 본사를 전격 압수 수색한 것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일각에선 검찰의 이처럼 거친 수사가 정부 차원의 ‘언론 길들이기’ 기류와 맥을 같이하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을 내보이고 있다.

서울서부지검 형사 5부(부장 김영기)는 22일 오전 9시부터 무려 12시간여에 걸쳐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본사를 압수 수색했다. 검찰은 수사관 20명 정도를 투입해 사장실과 임원실 등에서 증거 자료를 수집했다. 지난 20일 국회 내 최경환 의원실을 압수 수색한 검찰이 이번엔 방송사마저 압수 수색하자 경계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범법 혐의가 있다면 수사하는 게 당연하지만 언론사를 상대로 한 압수 수색은 더 신중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박주희 바른사회시민회의 사회실장은 “정부를 감시해야 하는 ‘제4부’로서 언론의 역할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런데 검찰이 이렇게 강제 수사하는 것은 자칫 ‘언론 길들이기’가 아닌가 하는 우려를 지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식으로 수사가 이뤄질 경우, MBC는 물론 다른 방송사와 신문사 등이 향후 소신 있게 나름대로 목소리를 내는 일이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며 “언론의 자유가 위축되지 않을까 심히 걱정된다”고 밝혔다.

수사기관이 언론사를 압수 수색하는 것은 매우 드문 사례다. 이전에도 몇 차례 언론사 압수 수색을 시도한 적이 있으나 구성원들의 저항에 부딪혀 원하는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2009년 검찰이 ‘PD수첩’의 광우병 허위 보도 의혹과 관련해 여의도 MBC 본사 압수 수색을 시도했지만 실패했고, 2003년 SBS가 보도한 양길승 당시 청와대 부속실장 ‘몰래카메라’ 영상을 확보하기 위해 영장을 발부받았으나 직원들의 반발로 집행하지 못했다. 하지만 MBC 압수 수색에선 누구도 검찰의 진입을 막지 않았을뿐더러, 오히려 직원들이 순순히 출입문을 열어줬다.

유동열 자유민주연구원장은 “법적 절차에 따른 검찰의 압수 수색에 이의를 제기하기에는 무리가 있는 게 사실”이라면서도 “그러나 현재 검찰의 ‘적폐 청산’ 수사에는 분명히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MBC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진이 노조원들의 방문 시위에 못 이겨 자진 사퇴한 과정에 대해서도 검찰이 똑같이 수사했어야 형평성 시비가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인구 기자 clar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