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서명 즉시 발효 이주열(왼쪽) 한국은행 총재가 15일 캐나다 오타와 캐나다중앙은행 본부에서 스티븐 폴로즈 캐나다중앙은행 총재와 양국 간 통화스와프 협약서에 서명하고 있다. 캐나다중앙은행 제공

- 韓·加 통화스와프 의미·전망

加, 美·유럽·英·日·스위스 등
5大 기축통화국과 무기한 협정
한국 ‘네트워크 효과’누리게돼
양국간 경제·금융 협력도 기대

우리나라가 캐나다와 사전에 한도와 만기를 특정하지 않은 ‘상설계약(standing agreement)’ 형태의 통화스와프 협정을 전격 체결함에 따라 외환 위기를 대비할 든든한 ‘안전판(safety net)’을 확보하게 됐다. 한국은 현재 중국과 호주 등 양자·다자간 맺은 통화스와프 총액이 1168억 달러(약 129조1808억 원)에 이른다. 이번에 주요 선진국인 캐나다와 통화스와프 추가 협정으로 한국 경제 신인도가 한층 개선되는 효과가 예상된다.

통화스와프는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급격히 커지는 시기에 각자의 통화를 서로 빌려주는 계약이다. 가계로 보면 마이너스 통장과 같은 역할을 하는 ‘급전 창구’라고 할 수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통화스와프가 유동성을 공급해주는 역할을 하면서 한국도 다른 나라와 본격적으로 통화스와프를 맺기 시작했다.

16일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에 따르면 한국은행과 캐나다중앙은행은 캐나다 오타와에서 원화·캐나다 달러화 통화스와프 협정을 체결했다. 이번 통화스와프는 사실상 기축통화국인 캐나다와 한도 및 만기를 특정하지 않은 상설계약으로 협정을 맺었다는 점에서 기존 체결과 차별화된다. 특히 캐나다가 미국, 유럽, 영국, 스위스, 일본 등 5개 주요 기축통화국 간 한도를 정하지 않은 무기한 통화스와프를 맺고 있어서 한국도 통화스와프 네트워크의 효과를 간접적으로 누리게 됐다.

캐나다는 현재 5개 기축통화국을 제외하고는 중국에 이어 두 번째로 한국과 통화스와프를 체결했다. 상설계약 형태로 통화스와프를 체결한 것은 한국이 첫 번째다.

앞으로 양국 중앙은행은 금융안정을 위해 유동성 공급이 필요할 경우 규모와 만기를 정해 상대국의 통화를 빌릴 수 있게 됐다. 이에 따라 한국은 위기 발생 시 활용 가능한 외환 부문의 강력한 안전판을 확보하게 된 셈이다.

이번 통화스와프는 한국과 캐나다 간 최고 수준의 금융협력이어서 앞으로 양국 간 경제·금융 협력 관계가 더욱 견고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캐나다는 경제·금융시장 측면에서 매우 안정된 선진국으로 3대 신용평가사로부터 최고 국가신용등급을 받고 있다. 또 이번 통화스와프를 통해 원화와 교환할 수 있는 캐나다 달러는 외화 보유액 구성 5위, 외환거래 규모 6위에 해당하는 유동성이 매우 풍부한 주요 국제 통화로 의미가 크다.

현재 한국의 통화스와프 체결 국가는 중국(560억 달러), 인도네시아(100억 달러), 호주(77억 달러), 말레이시아 (47억 달러) 등이다. 다자간 통화스와프인 ‘치앙마이 이니셔티브 다자화 협정(CMIM)’도 384억 달러 규모로 체결됐다. 아랍에미리트(UAE)와는 54억 달러 규모의 통화스와프 연장 협의가 진행 중이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캐나다가 기축통화국들과 체결한 것과 같은 형태의 표준계약을 했다는 점에서 더욱 큰 의미가 있다”면서 “한국 경제의 신인도가 개선되고 앞으로 양국 간 경제·금융 협력 관계가 더욱 긴밀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박민철 기자 mindom@munhwa.com

이미지 크게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