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중 7.5원 내린 1104.8원
수출기업 경쟁력 약화 우려

한국과 캐나다 간 통화스와프 계약을 체결한 것을 전후로 외환시장에서 원화 강세(환율 하락)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 외환시장에선 곧 달러당 1100원 선이 무너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산업의 수출 경쟁력 악화는 더 극심해질 전망이다.

16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오전 10시 36분 현재 원·달러 환율은 전일보다 7.5원 내린 달러당 1104.8원에 거래되고 있다. 이는 장중 연내 최저치인 1110.5원(3월 28일·7월 27일)을 경신한 것이다.

밤사이 뉴욕 시장에서 원·달러 1개월물이 급락하고 한·캐나다 통화스와프 소식까지 전해지는 등 이날 국내 외환시장에 영향을 미칠 대형 변수들이 나타난 점을 고려할 때, 종가 기준으로 연중 최저치(7일 1111.9원) 경신 여부가 주목된다. 전날에도 원·달러 환율은 글로벌 달러 약세 분위기에 따라 전일보다 5.8원 내린 달러당 1112.3원에 거래를 마친 바 있다.

금융 전문가들은 유로화가 강세를 보이며 상대적으로 달러화 약세를 부추기고 있고, 국내적으론 수출 호조가 지속되면서 외국인들이 국내 주식시장 투자를 확대하는 점, 여기에 한·중, 한·캐나다 통화스와프 체결 소식이 연이어 전해진 것을 환율 하락의 주요 배경으로 꼽고 있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최근 원화 강세는 특정 이유를 꼽기 어려울 정도로 각종 호재가 겹친 결과”라며 “반도체 위주로 수출 호조가 지속되고 있고, 한·중 관계 회복과 북한 도발의 진정 등 대외 불안 요소도 개선되는 등 여러 호재가 원화 강세를 뒷받침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현대차투자증권은 “원·달러 환율이 머지않아 1100원을 하향 돌파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현대차투자증권은 “새로 임명될 제롬 파월 미국 연준 의장은 비둘기파로서, 앞으로 연준의 금리 인상 정책이 비둘기파적일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면서 원·달러 환율 하락 압력을 받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최근 원화 강세는 한국 산업의 수출 경쟁력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어 국내 산업계 전반에 우려를 더하고 있다. 원·달러 환율 하락(원화 가치 상승)은 통상적으로 수출 경쟁력 악화로 이어진다. 이에 대해 김민호 한국은행 국제담당 부총재보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전격적인 통화스와프 계약이) 심리적으로 영향을 줄 수 있어 어떤 움직임을 보일지 면밀히 살필 것”이라고 말했다.

김만용·최재규 기자 my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