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 24년만의 美대통령 연설

“北 김정은 잔혹한 독재자
종교집단같은 ‘이단 국가’”

“번영하는 한국 北체제 위협
자유로운 하나의 한국 꿈꿔”

동맹강조 ‘코리안 패싱’ 불식
통상·무역 관련 발언 안해

군사공격 직접 언급은 없어
북미간 대화 가능성 시사도

북핵 위기 속에 미국 대통령으로서는 24년 만에 국회 연단에 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8일 오전 33분간의 국회 연설 내내 피로 맺어진 한·미 혈맹 관계와 양국 동맹의 가치에 대해 역설했다. 한국의 평화와 북한의 억압체제를 비교하는 데에도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북에 대해 “김정은은 잔혹한 독재자이며 북한은 종교집단 같은 이단 국가”라면서도 대북 직접적인 군사 공격 가능성을 언급하지는 않았다. 이는 최근 기회 있을 때마다 ‘화염과 분노(fire and fury)’ 등 북한을 향해 ‘말 협박’을 계속한 것과는 다른 맥락으로 읽힌다. 특히 “총체적으로 검증 가능한 비핵화” 필요성을 밝히면서도 “김정은에게 직접 전할 메시지가 있다”고 언급한 것은 대북 대화 가능성을 열어 놓은 것으로 해석돼 국제사회의 동향과 한·미 두 나라의 향후 안보·외교 전략과 관련해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기적과 같은 일을 경험했다”면서 “미국은 힘을 통한 평화를 유지하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양국의 강한 유대감을 과시한 것이나 “한국이 그 어떤 나라보다 잘되길 바라며 미국의 신뢰할 수 있는 동맹국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강조한 대목에서는 ‘코리안 패싱’ 논란을 불식시키기 위한 배려가 감지되기도 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에 따라 외교가와 정치권에서는 조만간 북·미 대화가 일어날 개연성이 있다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흘러나온다. 북한과 미국의 교착상태를 해결하기 위한 협상, 또 이에 따른 남북 간의 대화가 급물살을 탈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최대한도의 압박과 관여’라는 기존의 대북 정책을 유지하면서 한국과의 동맹을 토대로 ‘힘을 통한 평화의 유지’를 이뤄 나가겠다는 점을 천명하는 한편, 북한에 대해서는 비핵화를 전제로 대화의 마당으로 나올 것을 강력히 요구한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7일 한·미 정상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북한 문제에 대한 외교적 접근 문제 등을 언급하다가 “특정한 움직임을 보고 있다”고 밝힌 것도 이와 맞물려 재조명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발언에서 “북한이 협상 테이블로 나와서 우리와 합의하는 것은 북한 주민들에게도 좋고 전 세계 시민들에게도 좋다고 생각한다”면서 “저는 이 부분에 있어서는 특정한 움직임(certain movement)을 보고 있다. 실제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는 두고 보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외교가나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특정한 움직임’ 발언에 이어 8일 ‘김정은에게 직접 전할 메시지’라는 표현을 쓴 데 대해 발언의 맥락상 북한과의 대화 환경 형성 측면에서 긍정적 신호를 염두에 둔 것이라는 개연성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즉 ‘최대한도의 압박과 관여’라는 미국의 대북 기조 중 ‘관여’의 측면에서 눈여겨볼 만한 움직임을 거론한 것이라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총체적으로 검증 가능한 비핵화를 요구하면서 김정은에게 직접 전할 메시지가 있다고 한 것이 이번 국회 연설의 핵심”이라며 “이제 미국과 한국의 대북 정책이 비핵화를 전제로 한 대화 모색이라는 급류를 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국회 연설에서 보다 명확한 대북관과 동맹관을 제시한 것은 그간 미국 조야에서 한·미 관계의 여러 현안, 특히 외교·안보 분야에서 혼재된 메시지를 보내온 것을 정리하고 혼란을 해소하자는 차원으로 보인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허민 선임기자 minski@munhwa.com, 유민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