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문제 때문” 사유서 제출
재판부 “변호인사임 철회안해
직권으로 선정할수밖에 없어”

‘변호인단 전원 사퇴’라는 초강수를 둔 박근혜 전 대통령이 19일 오전 예정된 공판에 불출석했다. 재판부는 직권으로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국선변호인 선정 절차에 들어가겠다고 밝혔다.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 김세윤) 심리로 열린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 씨,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81번째 공판에 박 전 대통령은 ‘건강상의 이유’를 들어 출석하지 않았다. 박 전 대통령은 전날 ‘건강 문제 때문에 재판에 출석하기 어렵다’는 취지의 친필 사유서를 서울구치소를 통해 법원에 제출했다.

재판부는 “박근혜 피고인에 대해 미결 구금 일수 증가로 인한 피고인의 불이익을 방지하고 국민적 관심을 고려하면 신속한 재판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변호인의 사임을 재고해달라고 요청했으나, 현재까지 사임 의사를 철회하지도 않고 새 변호인의 선임계도 제출하지 않고 피고인이 출석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이 사건은 구속 사건이고 기소된 공소사실의 법정형이 높아서 변호인이 반드시 필요한 ‘필수적 변론’ 사건”이라며 “더 이상 국선 선정을 늦출 수 없다고 판단해 직권으로 국선변호인 선정 절차에 들어가겠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박근혜 피고인에 대해) 오늘 기일은 변론을 연기하고 추후에 지정하도록 하겠다”면서 “선임될 국선변호인이 사건기록 등을 검토하고 사건 내용을 파악해서 공판준비가 마쳐지면 새로운 공판 기일을 지정하겠다”고 설명했다.

이에 최순실 씨의 변론을 맡은 이경재 변호사는 “롯데·SK 사건으로 박근혜 피고인에 대해 추가 구속영장이 발부된 데에 대해 공동정범으로 기소된 피고인의 변호사 입장에서는 상당히 충격을 받았다”면서 “수사 단계에서 충분히 신문 기회를 얻은 검찰이 법정에서 다시 조서를 읽는 방식 등으로 증인신문을 이어가 재판이 지연된 탓이라고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법원은 앞으로 관할구역 안에 사무소를 둔 변호사나 공익법무관, 사법연수생 중에서 박 전 대통령 사건을 수임할 국선변호인을 선정하게 된다. 국선변호인이 받는 기본 보수는 사건당 40만 원이며 사건의 규모 등에 따라 최대 5배인 200만 원까지 재판부가 증액할 수 있다.

그러나 법조계 안팎에서는 이렇게 적은 보수를 받으면서까지 기록만 10만 페이지가 넘고 국민적 관심이 높은 박 전 대통령의 사건을 수임하겠다는 국선변호인을 찾기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선임이 되더라도 박 전 대통령이 국선변호인 접견을 거부할 가능성도 크다.

김리안 기자 knr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