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에 공 넘기면 혼란 불보듯
脫원전 계속 추진도 갈등 불씨

오는 20일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가 시민참여단의 최종 4차 조사 등을 바탕으로 정부에 권고안을 제출할 예정이지만, 신고리 원전 5·6호기와 정부의 탈원전 기조에 대한 논란을 잠재울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시민참여단의 중단과 재개 의견 차가 오차 범위 내일 경우 해석의 문제, 양측의 수용 여부, 정부의 탈원전 정책 지속 등이 변수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공론화위는 16일 시민참여단 471명의 최종 종합토론(13∼15일)에서 실시한 3·4차 설문조사 결과를 공론조사 수행업체인 한국리서치 컨소시엄으로부터 건네받은 뒤 17∼20일 서울의 한 호텔에서 외부 출입이 통제된 채 분석 작업에 돌입한다. 공론화위 관계자는 “오차범위 수준은 5∼7% 수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공론화위는 4차 조사의 중단과 재개 의견이 오차 범위 밖일 경우에는 다수를 기준으로 최종 권고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지만 오차 범위 내일 경우에 대해서는 1∼4차 조사 결과의 의견 분포 변화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한다는 방향성만 내놓아 해석을 두고 이견이 나올 수 있다. 공론화위가 4차 조사에서 ‘판단 유보’와 ‘모름’을 배제하고 중단과 재개를 양자택일하는 문항을 포함한 것도 ‘오차 범위 내의 공포’를 고려한 것이란 분석이다. 공론화위가 중단과 재개를 명확히 정하지 않고 정부에 공을 넘길 경우 더 큰 혼란이 예상된다.

중단과 재개 측의 결정 수용 여부도 관건이다. 양측 모두에서 시민참여단의 의견이 한쪽으로 70% 이상 쏠려야 승복할 수 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김지형 공론화위원장은 이를 의식한 듯 15일 “최종 권고안 발표 이후에 어느 쪽이든 권고안을 존중하지 않아서 혼란이 이어지는 상황이 벌어지는 것은, 통합과 상생의 소망으로 참여한 시민참여단의 귀중한 뜻을 송두리째 뿌리 뽑는 일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중단 측이 지난해 원자력안전위원회를 상대로 제기한 신고리 5·6호기 건설 허가 취소 행정소송은 이번 공론화위 활동과 별개로 재판이 진행 중이다.

정부가 공론화위의 결론과 별개로 탈원전 정책을 계속 추진할 뜻을 밝힌 것도 잠재적 갈등을 내포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6월 19일 고리 1호기 영구 정지 선포식에서 “신규 원전 건설계획은 전면 백지화하겠다” “설계수명이 다한 원전 가동을 연장하는 것은 선박 운항 선령을 연장한 세월호와 같다”고 했다. 문재인 정부가 임기 내 가동 중단 논의가 가능한 월성 1호기(설계수명 만료 2022년), 고리 2호기(2023년)의 영구중단을 결정하거나 신규 계획 중인 신한울 3·4호기, 천지 1·2호를 백지화할 때도 탈원전 논란은 확산될 전망이다.

유민환 기자 yoogiz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