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켄리 잰슨(왼쪽), 저스틴 벌랜더(오른쪽)

디비전 18게임 총 319이닝
선발 158.1-불펜 160.2 소화
평균자책점도 불펜이 낮아

투수 교체 빨라지는 트렌드
선발, 중간계투 활용 높아져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 포스트시즌에서 불펜이 주목을 받고 있다. 불펜진이 선발진보다 더 길게 던지는 ‘기현상’이 연출되고 있기 때문이다.

12일까지 열린 와일드카드 결정전과 디비전시리즈 18게임에서 투수들은 모두 319이닝을 던졌다. 이 가운데 선발투수는 158.1이닝을, 불펜은 160.2이닝을 던졌다. 불펜이 전체 이닝의 50.4%를 책임진 것이다. ESPN에 따르면 챔피언십시리즈가 도입돼 포스트시즌이 확대된 1969년부터 지난해까지 불펜이 전체 이닝의 절반 이상을 투구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그런데 올해 포스트시즌은 다르다. 선발은 가장 먼저 마운드에 오르는 투수일 뿐. 선발진이 책임진 이닝은 게임당 평균 4.1이닝 정도에 그친다. 선발진은 디비전시리즈가 시작된 1995년 이래 가장 적은 이닝을 던지고 있다. 투구 이닝이 짧을 뿐 아니라 성적도 또한 불펜에 밀린다. 선발진 평균자책점은 4.60에 달한다. 지난 5년 중 포스트시즌 선발 평균자책점이 가장 높았던 2015년(4.33)보다 높다. 반면 올해 포스트시즌의 불펜 평균자책점은 4.13으로 선발보다 양호하다.

메이저리그 포스트시즌에서 불펜 의존도가 높아진 건 지난해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의 영향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클리블랜드는 지난 시즌 한 박자 빠른 투수 교체로 월드시리즈에 오르는 성과를 거뒀다.

그런데 올해는 선발 자원을 불펜으로 돌리는 사례마저 흔해졌다. 보스턴 레드삭스는 연봉 3000만 달러(340억 원)인 데이비드 프라이스를 포스트시즌에서 불펜으로 활용했다. 보스턴은 비록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시리즈 진출에 실패했으나 프라이스는 6.2이닝 무실점으로 호투하며 기대에 부응했다. LA 다저스 선발 요원인 마에다 겐타는 포스트시즌에 중간계투 요원으로 투입돼 2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았다. 마에다는 포스트시즌을 앞두고 류현진과 불펜 자리를 놓고 경합했다. 지난 10일 열린 휴스턴 애스트로스와 보스턴의 디비전시리즈 4차전에서는 1차전 선발이었던 저스틴 벌랜더와 크리스 세일이 모두 두 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올랐다. 시카고 컵스는 12일 디비전시리즈 4차전에서 2차전 선발이었던 존 레스터를 구원투수로 등판시켰다.

마무리 투수가 1이닝을 초과해 던지는 것도 일반화됐다. LA 다저스의 마무리 켄리 잰슨은 디비전시리즈 3경기에 모두 등판해 3.2이닝을 던지며 2세이브를 수확했고, 뉴욕 양키스의 마무리 아롤디스 채프먼은 4경기에서 6.2이닝을 던졌다. 12일까지 챔피언십시리즈 진출을 확정한 3팀 중 다저스와 양키스는 불펜 평균자책점이 선발 평균자책점보다 더 좋다.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는 “다저스와 양키스가 플레이오프는 불펜에 좌우된다는 점을 증명했다”고 전했다.

민훈기 스포TV 해설위원은 “지난해 클리블랜드와 컵스가 투수 교체로 재미를 보면서 포스트시즌의 트렌드가 바뀐 것 같다”며 “홈런이 많이 나오는 등 투타 대결의 추가 타자로 기울면서 투수 교체가 빨라진 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조성진 기자 threeme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