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안보 전문가들 지적
“美와 굳건한 안보공조 통해
새로운 이익 균형점 찾아야”

한·미 간 대북정책 엇박자가 자유무역협정(FTA) 등 양국 경제 협력의 파열음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정부가 미국의 한·미 FTA 개정 요구에 사실상 합의하는 등 미국으로부터 통상 압박을 받기 시작한 가운데, 한·미 간 안보 엇박자로부터 이 같은 상황이 더 확대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경제와 안보를 분리해 다루는 투 트랙 접근을 기본으로 미국과 안보 문제에 대한 공조를 높이면서 통상 이익의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천영우 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은 11일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미국이 (FTA 개정 협상에서) 한국에 얼마나 강한 요구를 할 것인지, 그것이 한·미 관계에 영향을 줄 만큼인지 아닌지는 (외교·안보 등) 다른 분야에서 한·미 간에 얼마나 원만한 협조가 이뤄지느냐의 여부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난달 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문재인 대통령과 전화로 북핵 논의를 한 다음 날 느닷없이 한·미 FTA에 대해 재협상 아닌 폐기 언급까지 했던 것을 보면 (한·미 간 안보 엇박자가 경제 분야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있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천 전 수석은 “물론 한·미 안보 공조가 잘된다고 해서 미국이 FTA 문제를 쉽게 넘길 리도 없다”며 “따라서 FTA와 같은 경제 이슈는 굳이 안보와 연계시키기보다 새로운 이익의 균형점을 찾는 데 주력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영수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안보나 경제 모두 미국이라는 같은 상대를 두고 하는 일이지만 갑을 관계에서 을에 가까운 한국 입장에선 일부러라도 분리해 접근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경제와 안보를 연계하면) 버티느냐 수긍하느냐 두 가지 선택지밖에 나오지 않는다”며 “반면에 연계시키지 않으면 경제와 안보 모두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의 예측 불가한 행보를 경계하는 시각도 제기됐다. 우정엽 세종연구소 연구위원은 “안보 문제에 우려가 생긴 건 사실이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의 대북정책 방향을 염두에 두고 FTA를 카드로 활용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의 의사결정이 투명하지 않고 정치적 동기가 세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유진 기자 klu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