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긴박했던 하루’

美국방 브리핑 이례적 공개
“전쟁상황실서 했다” 보도도
‘제재 → 군사카드’ 전환 조짐

헨리 키신저와 면담도 가져
北정권 붕괴 - 주한미군 철수
‘美·中 빅딜론’ 조언 가능성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0일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으로부터 사실상 대북 군사적 옵션을 보고받으면서 한반도를 둘러싼 정세가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1994년 제1차 북핵 위기 이후 20여 년 만에 대북 군사옵션을 진지하게 고민하면서 미국의 대한반도 정책에 일대 변환이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북제재·압박에서 군사적 대응으로 급선회할 가능성도 높아지면서 11월 초 트럼프 대통령의 한국 방문에서 한·미 간 어떤 논의가 이뤄질지 주목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매티스 장관의 대북정책 옵션 보고 →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 면담 → 매티스 장관·렉스 틸러슨 국무장관과의 오찬 등 외교·안보 일정을 줄줄이 소화했다. 지난 5일 ‘폭풍 전 고요’를 경고했던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일련의 면담에서 북핵과 이란 핵 합의 문제를 집중 논의한 것으로 파악된다.

특히 백악관이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대북정책 옵션에 관한 보고를 받았다고 공개한 것도 매우 이례적이다. 그만큼 북한 핵·미사일 위협을 엄중하게 판단하고 있다는 방증으로 해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군사적 해법에 대한 ‘결단’이 가까워졌다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더구나 이날 일부 외신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 작전상황실(속칭 워 카운실)에서 보고를 받았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이 같은 해석에 더욱 힘이 실린다. 백악관 작전 상황실은 2011년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9·11테러를 지휘한 오사마 빈 라덴 사살작전을 실시간으로 보고받은 장소로, 전시나 이에 준하는 상황에서 대통령이 군사작전을 최종 승인, 지시하는 곳이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김정은 정권 붕괴와 주한미군 철수를 맞교환하라는 ‘미·중 빅딜론’을 제안한 키신저 전 장관을 만난 것도 의미심장한 대목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키신저 전 장관에게 대북 군사옵션에 대해 자문했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키신저 전 장관이 ‘미·중 빅딜론’을 재차 설명했을 가능성도 적지 않다. 키신저 전 장관도 이날 트럼프 대통령과 만나 “지금은 건설적이고 평화로운 세계질서를 구축할 기회가 아주 많은 시기”라고 밝혀, 이 같은 관측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에 따라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정세가 요동칠 가능성이 높아진 가운데, 11월 3∼14일 한·중·일을 포함한 아시아를 방문하는 트럼프 대통령이 어떤 제안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1차적으로는 트럼프 대통령이 대북 군사옵션 카드로 중국을 압박, 대북제재 동참을 끌어내려는 수순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키신저 전 장관의 조언을 바탕으로 ‘미·중 빅딜론’을 꺼내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동맹인 한·일과는 매티스 장관으로부터 보고받은 대북 군사옵션 논의를 시도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당장 한·미는 오는 18일 예정된 외교차관 전략대화에서 이 문제를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존 설리번 미국 국무부 부장관이 오는 18일 한국을 방문, 임성남 외교부 1차관과 전략대화를 가질 예정이라고 외교부는 11일 밝혔다.

11월 초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을 앞두고 열리는 이번 전략대화에서 양국은 최근 고조된 북한의 위협 속에 한·미 동맹의 위치를 확인하고, 향후 공조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한·미 외교차관이 전략대화를 가진 것은 2014년 6월 미국 워싱턴에서 개최된 이후 3년 4개월 만이며,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처음이다.

같은 날 한·미 외교차관 전략대화와 별도로 한·미·일 3국 외교차관 협의회도 열린다. 협의회에는 임 차관과 설리번 부장관을 비롯해 스기야마 신스케(杉山晋輔) 일본 외무성 사무차관이 참석한다.

워싱턴 = 신보영 특파원 boyoung22@munhwa.com
김유진 기자 klu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