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靑 앞에서 ‘공동 투쟁’ 선포 전국공무원노동조합과 전교조 조합원들이 11일 오전 청와대 앞에서 법외노조 철회와 정치 기본권 보장 등을 요구하며 공동투쟁 선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신창섭 기자 bluesky@

“정부가 ILO 협약 비준 미뤄
노조 권리 안주면 강력 투쟁”
내달 11일 서울서 대회 예고
노동계, 갈수록 무리한 요구

“정부는 지지율 떨어지더라도
경솔하게 제도 수정해선 안돼”
고용부 연말 최종안 확정키로

전국공무원노동조합(전공노)과 전교조가 11일 법외노조 즉각 철회를 요구하며 10월 이후 총력 투쟁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친노조 성향의 문재인 정부가 들어섰음에도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무리한 투쟁을 이어 나간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전공노와 전교조는 이날 청와대 앞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문재인 정부는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과 관련 법 개정을 희미하게 언급했을 뿐, 사법부 판단을 핑계 삼으면서 중차대한 과제를 차일피일 미루는 등 안일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며 정부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전공노는 지난 2009년 이명박 정부 당시 해직 공무원을 조합원으로 포함했다는 이유로, 전교조는 2013년 박근혜 정부 당시 같은 이유로 고용노동부로부터 법외노조 통보를 받았다.

두 노조는 “정권의 노조 탄압을 과거의 적폐로 규정하고 이를 청산하기 위해 행정부로서 권한을 행사하는 것이 ‘촛불 정부’의 임무임에도 문재인 정부는 이를 방기하고 있다”며 “법외노조 철회, 설립신고 수용, ILO 핵심협약 즉각 비준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10월 이후 강력한 총력 투쟁을 전개하겠다”고 압박 강도를 높였다. 전공노는 오는 11월 11일 서울에서 5000명 규모의 ‘공무원 총력투쟁대회’를 개최할 계획이다.

정권교체의 ‘공신’이란 인식을 갖고 있는 노동계가 정부 출범 초기 최대치의 요구사항을 얻기 위해 투쟁 강도를 높이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문재인 정부 들어 정부 비판을 자제해 오던 두 노조는 이날 성명을 통해서는 “임무 방기” “안일한 태도” 등의 직접적 비난 표현을 동원하며 각을 세웠다.

노동계의 무리한 요구는 시간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는 평가다. 노동계가 밥그릇 챙기기에만 집중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한국노총은 지난달 26일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해 한국노총·민주노총 등 노동계와 대한상공회의소·한국경영자총협회 등 사용자단체, 고용부와 기획재정부, 노사정위원회 등 8개 주체가 참여하는 ‘노사정 8자 회의’ 구성을 정부에 제안했다. 대통령이 노사 협상 테이블에 일원으로 직접 참여해 노동계 세부 현안을 일일이 논의하자는 것으로 전례 없는 일이다.

민주노총 역시 지난달 28일 전교조·전공노의 법외노조 철회 및 공공부문 해고자 복직, 행정해석 폐기 및 특례업종 제도 폐지 등 5대 우선 요구를 내세우며 11월 12일 전까지 정부가 입장을 내놓으라고 압박했다. 이 과정에서 민주노총은 한국노총의 ‘노사정 8자 회의’ 제안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는 등 노동계 내부에서조차 소통이 잘 이뤄지지 않는 혼선을 보이기도 했다.

이 같은 노동계의 요구에 고용부는 올해 말까지 ILO 핵심협약 비준을 위한 국내법 개정에 대한 정부 안과 로드맵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지난 8월에 구성한 전문가협의회의 의견을 거쳐 정부 안이 마련되면 노사 및 사회적 대화를 통해 최종안을 확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제도의 ‘제로베이스화’ 유턴만큼 큰 사회적 간접손실은 없기 때문에, 시간이 들어도 생각이 다른 상대방을 설득시키려는 태도가 먼저”라며 “정부 또한 지지율이 떨어지는 상황이 오더라도 경솔하게 과거를 부정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진영·이희권 기자 news119@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