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김일성을 찬양했던 작곡가 고(故) 윤이상을 공개 추모한 것은 대단히 부적절하고 경솔한 처사다. 지난 17일 ‘윤이상 탄생 100돌이 되는 날’이라고 시작하는 추모의 글을 페이스북에 올린 문 대통령은 ‘많은 사람의 존경 속에 악보 위의 선을 자유롭게 넘나들던 그였지만 분단의 선만큼은 끝내 넘지 못했다’며 아쉬워했다. ‘윤이상이 사랑했던 이 땅, 이 바다, 이 하늘의 소리를 그의 음악에서 발견하고 즐길 날을 기대해본다’고도 덧붙였다.

물론 윤이상은 세계적인 작곡가였다. 민간 영역의 문화계에서 그의 예술세계를 받들고 기리는 것은 자연스러울 수 있다. 하지만 국군통수권자인 현직 대통령의 추모 대상일 수는 없다. 그는 명백한 친북(親北) 인사였다. 독일 베를린에 정착해 활동한 그는 이른바 1967년 ‘동베를린 간첩단 사건’으로 대법원에서 10년 징역형이 확정돼 복역하다가 특별사면으로 석방된 뒤에도 수십 차례 북한을 방문하며 대한민국 정부 비방과 노골적인 친북 행태를 이어갔다. 김일성에게 ‘우리 력사상 최대의 령도자’ 운운한 편지도 보냈다. 김일성 생일 기념곡을 작곡해 헌정하기까지 했다.

문 대통령은 그런 윤이상에게 면죄부를 주려 하는 것으로 비친다. 문 대통령 독일 순방에 동행한 부인 김정숙 여사가 지난 7월 5일 한국에서 공수해간 동백나무를 윤이상 묘소에 심고 참배하며 ‘민주화를 염원한 선생’으로 칭송한 배경도 달리 없을 것이다. 그래선 안 된다. 그의 음악적 성취가 돋보여도 친북 행적까지 ‘현직 대통령’이 지우는 식은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