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전혜정 런던아시아영화제 집행위원장이 제2회 영화제 포스터를 가리키며 환하게 웃고 있다. 런던아시아영화제 제공

내달 런던아시아영화제 여는 전혜정 집행위원장

“작년 첫 회 좋은 반응 힘입어
1700석 오데온극장서 오프닝
‘남한산성’ 등 한국 18편 상영”

“영국 극장가 최대 성수기에 영국영화협회(BFI)의 지원을 받아 4대 멀티플렉스 체인에서 한국영화를 상영하게 돼 기쁩니다.”

전혜정 런던아시아영화제 집행위원장은 올해로 2회째를 맞은 영화제를 성공적으로 개최할 수 있게 된 것에 감사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오는 10월 19일(현지시간)부터 11일간 영국 런던에서 열리는 올해 런던아시아영화제에서는 ‘시간의 지각’을 주제로, 한국·일본·중국·대만 등 아시아 8개국 영화 50편을 상영한다. 이 중 18편이 한국영화로 이병헌, 김윤석 주연 ‘남한산성’(감독 황동혁)이 개막작으로 선정됐으며 ‘박열’(감독 이준익), ‘군함도’(감독 류승완), ‘더 테이블’(감독 김종관), ‘꿈의 제인’(감독 조현훈) 등도 초청됐다.

전 위원장은 18일 문화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10월은 영국 극장가 최대 성수기로, 할리우드 대작들의 월드프리미어(전 세계 최초 개봉)가 이 기간에 열리고, BFI가 주최하는 런던국제영화제도 10월 4일 개막한다”며 “이 시기에는 프로그램이 안 좋으면 극장을 잡을 수 없는데 지난해 열린 1회 영화제가 좋은 반응을 이끌어내 오데온, 픽처하우스센트럴, 엠파이어(시네월드), 뷰 등 영국 4대 멀티플렉스 체인에서 영화를 상영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특히 개막식을 여는 레스터 스퀘어 오데온극장은 1700석 규모로, 런던국제영화제를 제외하고 이 극장에서 오프닝을 하는 영화제는 런던아시아영화제가 유일하다”며 “또 한국영화를 상영하는 영화제로는 처음으로 영국 정부기관인 BFI에서 지원금을 받게 됐다”고 덧붙였다.

7개 섹션으로 나뉘어 진행되는 이번 영화제에서는 일본 애니메이션 탄생 100주년을 맞아 데즈카 오사무 감독의 ‘클레오파트라’가 영국에서 처음 상영되며, 홍콩의 중국반환 20주년을 기념해 왕자웨이(王家衛), 두치펑(杜琪峰) 감독 등이 만든 홍콩영화 5편도 영국 관객과 만난다. 또 일본 감독 겸 배우 기타노 다케시의 ‘아웃레이지’가 폐막작으로 선정됐으며 구로사와 기요시의 ‘산책하는 침략자’ 등 일본 감독들의 작품도 선보인다. 전 위원장은 “영국 어느 영화제에서도 일본 애니메이션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는 프로그램이 없다”며 “‘월레스와 그로밋’을 제작한 브리스톨에서 일본 애니메이션 전문가들이 참석하는 토크 프로그램도 연다”고 설명했다.

경쟁 섹션에서는 아시아 젊은 감독의 작품 11편을 상영한다. 한국영화로는 ‘장산범’(감독 허정), ‘튼튼이의 모험’(감독 고봉수), ‘미옥’(감독 이안규), ‘직지코드’(감독 우광훈) 등 4편이 포함됐다. 지난해에는 윤가은 감독의 ‘우리들’이 최고 작품상을 받았다. 이병헌, 이제훈, 임수정, 정은채 등 한국 배우들이 영화제에 참석하며 차인표는 단편 영화 ‘50’의 감독으로 초청됐다.

주영한국문화원 사업총괄팀장으로 일하던 2006년 런던한국영화제를 열어 한국영화에 대한 현지인들의 관심을 이끌어낸 전 위원장은 2014년 9회 영화제를 치른 후 독립해 아시아영화제로 판을 키웠다. 그는 “이번 영화제가 아시아 영화 상영을 통해 경직돼 있는 한·중 관계를 개선하는 역할을 하길 바란다”며 “앞으로 영국에서 가장 대표적인 아시아 문화축제로 자리매김해 한국영화의 우수성을 알리고, 아시아의 위상을 높이는 데 일조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김구철 기자 kc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