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장려상’김예지 양

안녕하세요. 선생님, 우리의 담임 김상미 선생님! 늘 감사하는 마음이지만 유독 가슴 깊이 떠밀려온 그날을 생각하면 아직도 저는 눈물이 납니다. 초등학교 4학년 때였습니다. TV를 트니까 한창 이슈이던 ‘구미호:여우누이뎐’이라는 드라마가 방영되고 있었습니다. 딱 제 나이 또래쯤 돼 보이는 여자아이가 구미호로 변해버린 것입니다. 아이는 주체 못 하는 식욕으로 부엌에 가 온갖 고기와 채소들을 입에 쑤셔 넣었습니다. 양 볼이 터질 듯 쉴 새 없이 먹을 것을 집어넣었고, 빨갛게 충혈된 눈이 곧 저를 집어삼킬 것만 같았습니다.

짧은 순간이었지만 저는 온몸에 소름이 돋았습니다. 그렇게 구미호가 무서웠냐고요? 아니요. 그렇게 소름 끼치는 연기를 한 그 배우에게 소름이 돋았습니다. 그때 저는 “우와, 나도 저 언니처럼 연기해서 사람들을 울게, 웃게, 소름 끼치게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곧장 어머니께 말씀드리고 오디션을 봤습니다. 1차, 2차, 3차까지 있는 오디션이었는데 운 좋게도 1차 오디션을 지나 2차 오디션까지 합격했습니다. 신이 난 저는 그것을 온 동네방네 떠들고 다녔죠. 다들 저한테 축하한다는 말을 해주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말뿐이었습니다. 표정은 다들 ‘네가? 어디 한번 잘해봐’라고 말하는 듯했죠. 그 후로 저는 자신감을 크게 잃었습니다. 3차 오디션은 보지도 않았을뿐더러 시간이 지나 고등학교 2학년이 될 때까지 어디 가서 배우 하고 싶단 말을 해본 적이 없습니다. 그저 혼자서 연기를 하고 싶은 마음을 누르고 다른 꿈을 찾으려 발버둥 쳤습니다.

하지만 ‘내가 이대로 죽으면 억울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을 때 이런 결론이 나왔습니다. ‘하고 싶은 것을 시작도 못 해보고 죽는다면 정말 억울하겠다. 그러니까, 다시 배우가 되기로 마음먹어야겠다!’ 그런데 잃어버린 제 자신감은요? 그러던 제게 선생님과의 면담시간이 왔고 저는 망설임 끝에 제 꿈이 배우라고 했습니다. 선생님은 한 치의 망설임 없이 제게 말씀하셨습니다.

“멋지다.”

제가 가장 듣고 싶어 했던 말이었습니다. 나의 꿈을 존중해주는, 나에게 응원해 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저 말을 저는 항상 갈망했던 것입니다. 선생님의 한마디가 저에게 큰 용기가 되어주었습니다. 정말 감사하고 사랑합니다. 김상미 선생님.


문화일보 후원,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주최 ‘고맙습니다, 선생님’ 감사편지 쓰기 공모전 수상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