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 신재생에너지 시설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것은 이들 시설의 이익이 지역 주민들에게 돌아가지 않기 때문이다. 신재생에너지 산업은 주민 참여와 분권형 거버넌스를 통해 풀뿌리 단계에서의 확산이 우선해야 한다. 전남 나주시 문평면에 있는 대도저수지 수상태양광 발전단지. 자료사진

- (下) ‘방방곡곡 친환경에너지’ 과제는

주거지 - 발전시설간 거리 규제
좁은 국토 탓 설치 어려움 겪어
210개 태양광 시설 보류 상황

농촌 설치 태양광·풍력시설에
환경파괴 등 잘못된 정보 확산
일부 사업자만 배불리기 문제

주민참여 때 입찰 우대하거나
低利 정책자금 인센티브 필요
지역 상생·공존모델 만들어야

신재생에너지 분야의 산업화가 조기에 이뤄지기 위해서는 국민 모두가 신재생에너지 분야가 미래형 산업이며 이 분야의 활성화가 온실가스 감축 등 국가 당면 과제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대형 발전단지를 조성하는 것뿐만 아니라 주민들이 참여하는 생활밀착형 신재생 발전시설이 널리 확산되는 것도 필요하다. 이를 위해 지방자치단체와의 협업, 그리고 각종 규제가 풀려야 하지만 일부 지역에서는 태양광·풍력 발전시설에 대한 잘못된 이해로 확대가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지자체, 각종 조례로 신재생 시설 반대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해 11월 ‘신재생에너지 보급 활성화 방안’을 발표하고 농촌 태양광을 비롯한 에너지 신산업을 둘러싼 각종 규제를 제거하겠다는 계획을 구체화한 바 있다. 하지만 일부 지자체에서는 정부의 이 같은 정책과는 반대로 신재생에너지 발전시설과 관련해 이를 막는 개발행위허가 지침을 신설하고 있다. 산업부와 지자체에 따르면 전국 69개 기초단체가 태양광·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발전시설 규제(2017년 4월 기준)를 제·개정했다. 이 가운데 43곳의 기초단체는 2016년 11월 정부가 신재생에너지 보급 활성화 방안을 발표한 후에도 규제를 만들기도 했다. 이 같은 지방 조례들은 대체로 발전시설은 주거밀집지역으로부터 사업부지 경계상의 최단 직선거리 짧게는 100m, 길게는 300m 안에 입지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또 주요 도로와 의료시설, 학교, 관광지 및 관광단지 문화재의 부지 경계로부터도 입지할 수 없도록 거리 규제를 만들었다. 만일 이 같은 규제에 맞춰 태양광 발전시설을 건설하기 위해서는 주변에 도로와 건물, 농지가 존재하지 않는 부지를 찾아야 하는데, 땅이 좁은 우리나라에서 이런 조건을 갖춘 곳을 찾기가 거의 불가능하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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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부는 이격거리 규제를 원칙적으로 폐지하거나 최소화하도록 지자체에 지침을 송부했지만 여전히 지자체들은 움직이지 않고 있다. 이런 규제로 인해 보류 중인 태양광 프로젝트는 무려 210개(약 1150억 원 규모)에 달할 정도다.

산업부 관계자는 “그동안 보급된 태양광 설비(4.1GW) 중 63%가 농촌에 설치돼 농촌 지역 태양광 사업이 활발히 진행되는 것처럼 보였다”며 “하지만 주로 외지 기업이나 개인 주도로 추진된 것들이고, 농민들은 정보 부족과 지원체계 미비 등으로 직접 참여하지 못해 오히려 개발 반대에 더 적극적으로 나섰다”고 전했다. 풍력 발전시설에 대한 반대도 만만찮다. 경북 청송·영양에 민간 업체가 풍력발전단지를 조성하고자 하지만 지역 주민들과 환경단체들은 풍력발전단지가 들어설 경우 환경 파괴가 우려되고 저주파 등 소음 피해가 예상된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신재생 수익은 지역 주민에게…분권형 거버넌스 강화해야

이처럼 정부의 농촌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분야 확산 정책에 지역민들이 반대하는 이유는 일부 몰지각한 도시 민간 사업자가 농촌의 환경 등을 의식하지 않고 무분별하게 시설을 설치하며 지역민들과 갈등을 겪었기 때문이다. 농촌 지역의 부지 등을 활용한 전력 생산의 수익이 농민에게 돌아가지 않고 일부 사업자들의 배만 불렸다.

이에 정부는 주민 참여·규제 완화, 투트랙(two-track)으로 신재생에너지 분야의 문제를 해결한다는 방침이다. 먼저 지역민이 주주로 참여한 신재생 사업에 다양한 경제적 인센티브를 제공해 신재생 사업과 주민들이 공존하는 모델을 만들어 나간다는 계획이다. 일정 규모 이상의 태양광·풍력 발전사업에 발전소 주변 주민이 지분에 참여할 경우 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 가중치를 최대 20%까지 추가 부여해 수익성을 높여 주기로 했다. 정부는 주민참여사업에 대해 태양광 입찰 선정 시 우대하거나, 장기 저리의 정책자금(5년 거치 10년 분할상환, 시설 자금한도 100억 원, 이율 1.75%)을 우선 지원하는 등의 인센티브도 제공한다. 특히 농촌 지역에 대해서는 지역 농협과 협업해 농민참여형 태양광 사업을 적극 지원해 나갈 계획이다. 정부는 이 같은 주민 참여에 대한 지원만 이뤄져도 현재 지연 중인 11개 프로젝트, 900㎿ 규모의 사업이 주민참여형 사업으로 전환돼 추진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와 더불어 6개 발전공기업의 대형 신재생 발전 프로젝트에도 주민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개선한다. 주민들이 협동조합을 구성해 이 같은 프로젝트에 지분 참여를 하는 것이다.

또 지자체의 획일적이고 과도한 개발행위 제한 지침들이 합리적으로 개선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협의, 요청해 나갈 계획이다. 육상 풍력 환경성 평가 지침과 관련해 현재 환경부와 공동으로 전문가 태스크포스(T/F)를 운영 중이며, 향후 육상 풍력을 보다 확대할 수 있도록 환경부, 산림청 등과 협의를 강화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지자체 및 관계부처 협의가 잘 이뤄질 경우 각종 규제로 지연 중인 10개 프로젝트, 720㎿ 규모의 사업이 본격 착수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산업부는 신재생에너지 정책협의회를 정기적으로 개최해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간의 정기적인 협의 채널로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중앙정부, 지자체, 학계, 업계 등이 참여하는 분권형 거버넌스를 통해 풀뿌리 단계에서 신재생에너지의 확산을 독려한다는 계획이다.

박정민 기자 bohe00@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