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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행동하는 페미니스트 지식인이자 작가인 리베카 솔닛이 한국을 찾아 열광적인 환대를 받았습니다. 솔닛은 남성들이 여성들에게 거들먹거리며 ‘한 수 가르쳐 주지’라는 태도로 설명하는 것을 뜻하는 신조어 ‘맨스플레인(mansplain· man+explain)’을 대중화시킨 주인공입니다. 2008년 파티에서 만난 한 남자가 자신이 접한 ‘아주 중요한 책’에 대해 거드름 피우며 장광설을 늘어놨는데 그 책은 솔닛이 쓴 것이었다는 일화를 담아낸 칼럼은 온라인을 달구며 퍼져나갔고 그 뒤 ‘맨스플레인’은 뉴욕타임스의 ‘올해의 단어’로 뽑혔습니다. 페미니즘뿐 아니라 환경 등 여러 분야에서 목소리를 내고 행동하는 솔닛이 한국에서 밝힌 ‘말들’ 중에서 ‘명명하기’ ‘이름 붙이기’라는 말이 기억에 남습니다.

솔닛은 기자간담회에서 젊은 한국 페미니스트들을 위한 조언을 부탁받자 ‘정확하게 이름 붙이는 일’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어떤 현상이나 문제에 대해 정확하게 이름을 붙이면 그 문제가 드러나고, 문제가 드러나면 해결책을 모색할 수 있다는 요지였습니다. 페미니즘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개인의 일부터 인류의 거대한 과제까지 유효한 말입니다.

이번 주에 나온 수잔 데이비드 하버드대 심리학과 교수의 ‘감정이라는 무기’(북하우스)도 ‘이름 붙이기’ 책입니다. 저자가 사람들에게 감정을 잘 다스리는 방법으로 새로 제시한 단어는 ‘감정의 민첩성’입니다. 부정적이고 경직된 감정에 빠지지 말고 정확하게 바라보고 빠르게 벗어나 소중한 길을 잃지 말라는 조언입니다.

저자는 사람들이 빠지는 감정적 굴레를 ‘태엽 장난감’에 비유합니다. 태엽 감은 장난감은 조금만 옆으로 가면 열린 공간이 있어 계속 나아갈 수 있음을 알지 못하고 같은 벽에 계속 부딪힙니다. 사람들이 빠지는 부정적 감정이 바로 그렇습니다. 저자는 이런 감정, 생각들을 회피하기보다 정면으로 맞서 호기심, 자기연민, 수용의 눈으로 바라보라고, 인생이 늘 쉽지만은 않음을 받아들이고 자신이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가치에 따라 일관성 있게 행동하며, 더 나아가 큰 그림의 목표를 지속적으로 추구하라고 합니다. 말처럼 쉽겠습니까.

하지만 ‘이름 붙이기’의 효력은 있습니다. ‘감정의 경직성’과 ‘감정의 민첩성’이라는 이름으로 자신을 돌아보는 것만으로도 휘몰아치는 감정 속에서 길을 생각해볼 수 있게 해주지 않을까 합니다. 저자의 몇몇 조언을 전합니다. “상처를 받고 실패를 하고 스트레스를 받으며 실수를 하는 것을 인정하라.” “상처를 동반하는 사랑과 사랑을 동반하는 상처에 자신을 활짝 열어라.” 그리고 “마지막으로 춤을 출 수 있을 때 춤을 추라는 말을 기억하라.”

최현미 기자 ch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