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행세칙 개선 연구용역 발주
“北에 일방적 조항 수정” 불구
北核위협 고조 속 ‘시기’논란

정부가 개성공단 시행세칙 개선을 위한 연구용역을 발주하는 등 개성공단 재개를 염두에 둔 실무 작업에 착수했다. 이와 관련,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정부 방침이 미국과 엇박자를 낼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북한에 잘못된 시그널을 보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정부가 북한의 잇단 도발에 제재 방침을 밝히면서도 다른 한편으로 남북관계 개선에 방점을 찍은 행보를 보이면서 개성공단 재개를 유엔 대북 제재 결의안 위반으로 보는 미국과의 엇박자가 예상된다. 특히 성급한 개성공단 재개 움직임이 북한에 나쁜 행동(도발)을 경제적으로 보상한다는 잘못된 신호로 전달돼 남북관계를 더 꼬이게 만들 수 있다.

통일부는 31일 ‘개성공업지구 시행세칙 분석 및 개선방안 연구’라는 제목의 연구용역 공모를 9월 1일까지 진행한다고 밝혔다. 용역은 올해 말까지 마무리할 계획이다. 채용 절차, 노동시간 등 개성공단의 운영 방안을 담은 기존의 시행세칙은 북한이 일방적으로 마련한 탓에 불합리한 측면이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통일부 관계자는 “지금 시행세칙에는 세금 신고를 성실히 하지 않은 입주 기업에 벌금 200배를 부과하는 등 받아들이기 힘든 내용이 많아 개선 방안을 마련하려는 조치”라고 설명했다.

통일부는 이번 연구용역이 남북관계 진전을 대비하는 차원이고 당장 개성공단 재개를 의미하진 않는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전에 없이 강력한 대북 제재에 나선 상황에서 한국이 개성공단 재개를 위한 실무작업에 나선 것은 한·미 간 대북 공조 약화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31일 그레이스 최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조명균 통일부 장관의 25일 발언과 관련한 미국의소리(VOA)방송 기자의 질문에 “미 국무부는 북한의 불안정하고 도발적 행동에 맞서 개성공단 가동을 전면 중단하기로 한 (한국 정부의) 지난해 결정을 지지한다”고 말했었다.

정부의 기조는 북한의 추가 도발을 막지 못할 뿐만 아니라 북한의 ‘통미봉남(通美封南)’ 전략을 더욱 가속화 할 가능성도 있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만 9번째 도발을 감행한 북한은 우리 정부의 대화 제의에 무반응으로 일관 중이다. 이 가운데 정부의 개성공단 재개 움직임이 ‘어떤 도발을 해도 문재인 정부는 결국 남북관계 개선을 원한다’는 신호를 줘서 역설적으로 북한이 남북 대화에 응할 유인을 더욱 떨어뜨릴 수 있다.

김영주 기자 everywher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