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혁신은… 홍준표(오른쪽) 자유한국당 대표가 23일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 - 중진 연석회의에서 정우택 원내대표의 발언 중 눈을 감고 생각에 잠겨있다. 김호웅 기자 diverkim@

“朴 실패 방치 책임 따져볼것”
朴 1심선고 후 예상한 親朴
논의 시점 앞당겨지자 격앙

자유한국당 쇄신 작업을 주도하고 있는 혁신위원회가 오는 25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1심 선고를 기점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 출당 논의에 착수할 것으로 확인됐다.

당초 박 전 대통령의 1심 선고 이후로 예상됐던 출당 논의 시기가 앞당겨지게 된 셈이다. 이에 따라 홍준표 대표 측과 친박(친박근혜)계 간 갈등도 본격 점화할 것으로 관측된다.

23일 한국당에 따르면 혁신위는 오는 25일 이 부회장의 1심 선고 결과를 지켜본 뒤 박 전 대통령의 출당 문제를 정식 안건으로 상정해 논의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위해 혁신위는 25일 오전으로 잡혀 있던 정례회의를 오후로 연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의 1심 선고 결과가 박 전 대통령의 재판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는 점을 감안한 조치다.

혁신위 관계자는 “금요일은 항상 오전에 회의를 진행해 왔는데 이번에는 내부적으로 이 부회장 선고 결과를 보고 논의하는 것이 좋지 않냐는 의견이 나와 시간을 오후로 조정했다”며 “박 전 대통령에 대해 출당 조치를 하냐, 안 하냐를 논의한다기보다는 정치적 책임을 어떻게 물을 것인지를 폭넓게 논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날 류석춘 혁신위원장도 박 전 대통령 출당 논의와 관련해 “인적 혁신 문제는 원래 우리가 생각한 스케줄보다 홍 대표가 먼저 시작을 해서 우리에게도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 없다”며 “오늘(23일) 회의부터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류 위원장은 인적 청산 대상과 관련해서는 “우선 박 전 대통령 본인이 정치적 실패를 한 게 아니냐 하는 문제에 대해 책임을 어떻게 따질 것인지, 또 대통령을 둘러싼 사람들 중 친박이라 불리는 사람들이 대통령의 실패를 왜 방치했느냐, 적극적인 역할을 하지 못했느냐 문제 등을 따져볼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마지막으로 대통령 탄핵의 빗장을 연 사람들, 갔다 돌아온 사람도 있는데 그런 걸 어떻게 해야 할 거냐, 이런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당내 탄핵 찬성 세력 및 바른정당 탈당파 등도 ‘인적 정리’ 대상임을 강조했다.

박 전 대통령의 1심 선고 후에나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됐던 출당 논의가 크게 앞당겨지면서 입장 표명을 자제해 온 친박계도 점차 공개적으로 반발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김태흠 한국당 최고위원은 전날(22일) cpbc 라디오에 출연해 “이미 당헌·당규에 따라 박 전 대통령이 기소될 때 당원권 정지를 시켰다”며 “탈당 권유나 출당 등의 징계는 최종심에서 형이 확정될 경우에 할 수 있게 돼 있으니 지금은 논의 시점이 아니고 형 확정 이후에 돼야 한다”고 반대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

하지만 홍 대표는 박 전 대통령 출당에 대해 “유·무죄의 문제가 아니라 정치적 책임의 문제”라며 선고 결과와 상관없이 출당 논의를 진행하겠다는 뜻을 밝힌 만큼 홍 대표 측과 친박계 간 충돌은 피할 수 없는 수순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박 전 대통령의 1심 선고일은 아직 지정되지 않았으나, 구속기간 만료(10월 17일) 전 잡힐 것으로 예상된다.

장병철 기자 jjangbe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