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김수정(왼쪽부터) 현진소재 관리팀 팀장과 김수미 인사관리팀 사원이 부산 강서구 지사동 현진소재 미래교육원에서 정현진 미래교육원장의 국가직무능력표준(NCS)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2부 청년실업, 강소기업이 답이다 - ⑤ 현진소재

2010년 ‘국가직무표준’ 도입
채용· 훈련· 인사평가 등 활용

부산 中企 학습근로자를 위한
공동훈련센터 역할까지 맡아

“교육 시스템·현장 연계되면
입시 중심 학교 교육에 따른
일자리 미스매치 해결될 것”

구인·구직 미스매칭 현상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청년들은 취업난에 시달리고 있지만 기업들은 일선 현장에서 인력난을 호소하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이 지난 6일 발표한 ‘한국과 독일의 청년 실업률 비교와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청년들의 대학 전공과 실제 근무하는 업종·직무의 불일치 비율은 50.5%다. 독일(35.7%)보다 14.8% 높았다. 무려 절반 이상의 청년 구직자들이 전공과 무관한 기업에 취직하고 있는 셈이다. 이 때문에 많은 청년 구직자가 힘겹게 취업에 성공해도 실무경험 부족 등으로 직장에 적응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기업은 기업대로 애로를 호소한다.

한국경영자총협회 2013년 조사에 따르면 대졸 신입사원을 재교육하는 데 평균 18.3개월, 1인당 재교육 비용은 5959만 원이 소요됐다. 기업으로선 신규 인력을 채용하더라도 추가 교육비용이 소요되기 때문에 일정 정도 경력직을 선호하는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이 같은 전공과 일자리의 미스매칭을 해결하기 위해 고안된 제도가 국가직무능력표준(NCS)이다. 산업현장에서 직무를 수행하기 위해 요구되는 능력(지식·기술·태도)을 국가적 차원에서 산업부문·수준별로 체계화해 정리한 가이드라인이다. 공공기관뿐 아니라 민간기업으로 확산되고 있다.

◇NCS 도입 국내 1호 현진소재=부산에 있는 금속단조제품 제조업체 현진소재는 지난 2010년 국내 민간기업 최초로 NCS를 도입했다. NCS를 통해 업무에 적합한 인재를 효율적으로 채용해 육성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청년 구직자가 입사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NCS에 맞춰 희망 기업의 직무특성을 미리 맞춤형으로 준비했을 것이라는 기대도 작용했다. 현진소재는 이후 훈련과정, 경력개발, 인사평가 제도 등에 NCS를 활용하고 있다. 현진소재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지난 2012년 사내에 국가인적자원개발 컨소시엄 교육운영기관인 미래교육원을 출범시켰다. 현진소재 미래교육원은 부산 지역 중소기업의 학습근로자들을 위한 교육프로그램을 개발하고 교육을 담당하는 공동훈련센터 역할까지 맡고 있다.

정현진(41) 미래교육원장은 지난 18일 문화일보 기자와 만나 “중소기업의 가장 큰 고민은 인력 확보와 우수 인력이 대기업으로 유출되는 일인데 이는 중소기업의 피할 수 없는 운명”이라며 “안정적으로 업무에 적합한 인력을 확보하면서도, 직원들에게 중소기업에서도 경력을 개발할 수 있다는 비전을 제시하려면 NCS 도입은 필수”라고 말했다. 현진소재는 채용 시 스펙 대신 NCS에 따라 만들어진 채용 체크리스트를 활용한다. 체크리스트는 근로자 채용 시 해당 직급에서 요구되는 직무 능력을 어느 정도 가졌는지를 평가 문항에 따라 표기해 채용을 결정하는 데 쓰인다.

현진소재는 NCS를 반영한 특성화고 학생들의 채용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이미 많은 특성화고가 학생들의 취업을 위해 교육과정에 NCS를 적극 도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영·회계, 금융, 보건·의료, 기계 등 분야별 교과목을 NCS에 맞게 변경 중이다.

특성화고를 졸업한 김수미(19) 인사관리팀 사원은 “직무능력 위주의 면접을 준비하면서 내 직무역량을 파악했고 지원 동기가 분명하니 업무 만족도도 높은 편”이라며 “NCS 과정만 잘 따라가면 좋은 평가를 얻어 원하는 목표를 성취할 수 있다는 의지가 자연스럽게 생긴다는 게 장점”이라고 전했다.

김수정(33) 관리팀 팀장은 “직원들을 교육하고 업무지시를 할 때 구두로 이뤄져 문제가 발생했던 과거와는 달리 지금은 NCS에 따라 교육과 업무 과정이 체계화돼 문제 해결이 빨라졌다”며 “NCS 도입 전에는 신입사원을 교육해 일을 맡기는 데 2년 정도 소요됐는데 NCS 도입 후 1년 2개월로 대폭 줄어들었다”고 밝혔다.

◇미래 예측성, 이직 막고 평생직장으로=현진소재는 NCS로 직원들의 경력개발을 체계적으로 제시하는 평생경력개발 모형을 만들어 활용하고 있다. 평생경력개발 모형은 직원 개인이 근무하는 동안 계획하게 되는 직위나 역할 이동 경로를 도식화해 제시한 모형이다.

예를 들어 특정 직위로 승진하거나 직무를 변경하려면 NCS에 명확하게 제시된 일정 수준의 능력을 갖췄음을 증명하면 된다. 이 모형을 이용하면 일을 하는 동안 자신이 어떤 경로로 성장해 갈 수 있는지를 확인하고 이를 활용해 체계적인 경력개발이 가능하다.

정유리(28) 미래교육원 위원은 “NCS에 따라 업무 관련 용어가 표준화돼 과거에 구두로 설명하기 어려웠던 업무에 관해 설명하기 편해졌을 뿐만 아니라 용어의 표현이 정리되니 업무를 더 체계적으로 생각할 수 있게 됐다”고 NCS의 장점을 설명했다.

정현진 원장은 “NCS는 근로자들에게 요구되는 능력을 정확히 정의하고 있기 때문에 이에 따라 직무평가 매뉴얼을 만들면 직원들의 능력 달성 수준을 정확하게 평가할 수 있어 업무 의욕을 높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 원장은 “NCS를 통해 교육 시스템과 산업 현장의 연계가 더 많이 이뤄지면 입시 중심의 교육에 따른 문제와 전공과 일자리의 미스매치도 자연스럽게 해결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원장은 “정부가 앞으로 더 많은 현장 전문가가 NCS 기준 마련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부산 = 글·사진 정진영 기자 news119@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