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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교·안보 분야

北 잇단 도발…사드배치 결정
中, 문화 분야까지 보복 확대
美-中 패권경쟁에 ‘끼인’한국

한·중 관계는 양국 수교 25년 만에 최대 도전의 시기를 맞은 상태다. 경제적 상호 협력을 기반으로 크게 성장한 양국 관계는 동북아 패권 다툼, 그 속에서 가열되는 미·중의 경쟁,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의 한반도 배치 결정 등으로 인해 기로에 서 있다.

한국과 중국은 지난 1992년 8월 국교를 수립한 이후 경제적 교류를 확대해 왔다. 이에 따라 국교 수립 당시 ‘우호 협력 관계’였던 두 나라 관계는 1998년 ‘협력동반자’로, 2003년 ‘전면적 협력동반자’로, 2008년에는 ‘전략적 협력동반자’로 차례로 격상됐다. 이 와중에 마늘 파동, 동북공정 논란 등 악재도 있었지만 두 나라는 화해의 물꼬를 찾으면서 위기를 극복해 왔다. 2014년 말에는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타결, 이듬해 9월에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망루 외교’ 등으로 이어지며 양국 관계는 절정을 맞기도 했다.

그러나 24일 수교 25주년을 맞는 한·중 관계는 전과 많이 다른 분위기다. 5년 전 20주년 기념행사 때는 한·중 외교장관이 각각 상대국 기념행사에 참석했고, 당시 부주석이던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등 중국 고위인사들도 자리를 함께했다. 하지만 이번 25주년 기념행사는 그때만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주한 중국대사관 측의 한·중 수교 25주년 행사 대신 러시아행을 택했고,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도 주중 한국대사관 행사에 참석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이처럼 북 핵·미사일 고도화와 사드 한반도 배치 결정 등으로 양국이 전례 없는 갈등 국면에 돌입하면서 한·중 간 외교관계는 얼어붙은 상태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사드에 대해 ‘전략적 모호성’을 내세우고, 대통령 당선 이후에는 사드 보고 누락 등을 지적하면서 사드 배치 반대를 주장해온 중국과의 외교 관계 개선을 꾀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문 대통령은 또 취임 초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육해상 실크로드) 포럼에 사절단을 파견하고, 제주에서 열린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총회에 직접 참여했다. 하지만 이러한 태도는 북한의 계속되는 도발에 전격 사드 배치를 결정할 때 중국의 더 큰 반발을 부르는 빌미가 됐다. 왕 부장은 이달 초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린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계기 한·중 외교장관회담에서 “개선되고 있던 양국 관계에 찬물을 끼얹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중국은 보복 조치를 경제는 물론 문화 전반까지 확대하고 나섰다.

문제는 최근 심화된 한·중 갈등이 한국과 중국 두 나라 관계에서만 비롯된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동아시아 역내의 미·중 패권 경쟁이 본격화되면서 양 대국에 ‘끼인’ 한국이 곤란한 처지에 빠졌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평가다. 여기에 북 핵·미사일 위협까지 고조되고 있는 상황은 현실을 더 가혹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특히 중국이 대북 제재에 미진하게 나오는 등 북한 감싸기를 하고 있어 중국과 거리를 좁히기 어려운 처지다.

김유진 기자 klu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