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학생들 “수능 절대평가는 현대판 음서제 부활”

“수시·학생부 종합전형 강화땐
여유있는 집 애들만 유리해져”
“그나마 실력대로 평가했는데
기회조차 박탈하나” 부글부글

학원가 “또 다른 시장 열릴 것”

정부가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공약했던 ‘수능 절대평가 확대’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개편안을 10일 공개하자 학부모와 학생, 학원가는 정책 변화가 미칠 영향을 파악하는 데 분주한 모습을 보였다. 학부모들이 대체로 “변별력 저하로 대학입시에 큰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를 표시한 반면, 학원가는 “새로운 변별력을 만들 평가방식에 부합한 사교육 시장이 새로 열릴 것”이라며 느긋한 모습을 보였다.

문화일보 취재진이 이날 서울 강남·목동·노원 등 유명 학원가가 밀집한 지역을 찾아 이번 정부 발표에 대한 반응을 취재한 결과, 많은 학부모는 “현대판 음서제가 부활하는 게 아니냐”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실제 개편안을 적용받을 중3 딸을 둔 김모(여·44) 씨는 “당장 ‘정유라 입시비리’ 사건만 봐도 우리나라 수시 전형이 얼마나 불투명하고 불공정한지 알 수 있다”며 “수능 절대평가가 시행되면 비슷한 부작용만 심해질 것 같아 걱정이 크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학부모 박모(여·41) 씨는 “각 학교가 서울대·연세대·고려대 등 이른바 ‘스카이(SKY)’에 갈 만한 아이들만 집중적으로 밀어준다는 건 공공연한 비밀이다. 더구나 그런 아이들은 집안이 좋아 비싼 사교육을 받을 여지도 크다”며 “그나마 집이 부유하지 않은 아이들도 실력대로 평가받는 게 수능인데, 평가 방식을 절대평가로 바꿔 버린다면 ‘기회의 평등’을 박탈하는 꼴이 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고1 아들을 둔 조모(여·46) 씨는 “수능을 절대평가로 바꾸면 내신 비중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데, 상위권일수록 내신 관리에 까다롭게 신경 쓸 수밖에 없다”며 “결국 내신 관리를 하기 위해 또 다른 사교육을 받아야 하는 건 아닌지 우려가 크고, 아이들은 학업 부담만 커져 불쌍하다”고 한숨을 쉬었다.

학생들은 성적에 따라 온도 차가 갈렸지만, 대체로 ‘관심 없다’는 반응이었다. 이날 강남구 대치역 학원가에서 만난 중학교 2학년 박모(14) 양은 “(정부 발표 후) 중·하위권 친구들은 이제 조금만 하면 1·2등급도 가능하다고 좋아한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중1 서모(13) 군은 “학원 선생님이 어려운 문제가 나오면 ‘어차피 절대평가라서 90점만 넘으면 되니 버릴 문제는 버리라’고 얘기해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학원가는 절대평가에 맞는 사교육이 흥할 것이라며 되레 태평한 반응을 보였다. 대치동의 학습전략 컨설팅 학원장 임모(51) 씨는 “어떤 식으로든 변별력을 만드는 평가가 생길 수밖에 없어 사교육 시장도 그쪽으로 쏠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수학 전문학원 관계자 최모(43) 씨는 “중·상위권 학생들에게는 일정 점수만 넘기면 1등급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공략하고 수업 커리큘럼도 그에 맞게 바꿀 방침”이라고 말했다.

10년째 노원 학원가에서 근무 중인 한 영어학원 관계자는 “입시는 경쟁을 통한 ‘줄 세우기’인데 수능으로 줄을 안 세우면 분명 다른 방식으로 줄을 세울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수민·윤명진 기자 human8@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