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문가 제언

北위협 심각도 제대로 알려야
정세현 前 장관도 “제재 참여”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기술이 사실상 완성 단계에 이르렀다는 분석이 나오고 북·미 간 연일 선전포고 수준의 강도 높은 발언을 주고받는 등 한반도가 자칫 ‘화약고’로 치달을 수 있는 데도 정부는 여전히 뚜렷한 대책 없이 입으로만 외교·안보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민대 정치대학원장인 박휘락 교수는 10일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북핵 위협을 남의 나라 일로 생각하는 것이 가장 심각한 문제”라며 “청와대에서 나오는 주요 발언들을 보면 현 상황이 심각하다고는 하는데 행동은 평소와 다를 게 없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또 “북핵 위협이 얼마나 심각한 수준인지 국민에게 제대로 알려야 하는 시점”이라며 “담화문을 통해 ‘나라 전체가 북핵 대응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정부도 열심히 하겠다’는 입장 표명을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문재인 정부가 높은 지지율을 의식해 안보 문제에 있어 과감한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임시 배치 지시가 내려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는 여전히 논란거리인데 정부가 나서서 해결하질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한반도 문제에 대한 후보 시절의 이상과 대통령 당선 후 현실이 완전히 다른 점을 직시하고, 말이 아닌 행동으로 과감한 전환을 시도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 나온다.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은 “대통령과 여당의 높은 지지 세력이 안보 문제에 있어 적극적인 행동을 하는데 오히려 제약요인이 되는 것 같다”면서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 집권 여당으로서 가장 중요한 것은 대한민국과 국민의 안전을 지키는 일이고 그걸 위해서 때로는 과감하게 나설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대북 대화론자인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10일 “당분간 (한국은) 대북 제재에 참여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특히 미국이 한국 정부를 의심하는 상황에서 미국을 안심시킬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 전 장관은 이날 더불어민주당 원내·외 인사들로 구성된 ‘더미래연구소’와 ‘더좋은미래’가 국회에서 공동 주최한 ‘문재인 정부 통일외교안보 난관 및 타개책’을 주제로 한 강연에서 “남북관계 변화 시점이 도래할 때를 대비해 여러 카드를 지금부터 마련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유진·송유근 기자 klu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