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 = 송재우 기자 jaewoo@

(下) 새 국면 맞은 韓美동맹

北 핵탄두 소형화 성공 판단속
美 대북 대응방식 변화 불가피

韓, 北과 대화에 계속 방점땐
韓·美 대북정책 엇박자 우려

전문가 “美, 韓안보 소극대응땐
동북아 中영향력 확대 불보듯
韓·美동맹은 역내안정 전략틀
北위기 심화,동맹강화 계기로”

북한의 핵탄두 소형화 개발 성공 평가가 나오면서 동북아시아 안보 구도의 변화는 물론 한·미 동맹 약화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북한이 핵 탄두를 실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앞세워 미국 본토에 대한 위협을 현실화할 경우 한반도 확장억제력을 근간으로 한 한·미 동맹이 흔들릴 수밖에 없다. 또한 미국의 북핵에 대한 대응 방식에 변화가 불가피해 대화와 제재에 무게를 다르게 두고 있는 한·미 간의 갈등도 우려된다.

미국은 최근까지도 북한이 미 서부를 타격할 수 있는 사거리의 탄도미사일 개발엔 성공했지만 완전한 성공을 의미하는 핵탄두 소형화와 대기권 재진입 기술을 해결하진 못한 것으로 평가해왔다. 하지만 8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가 보도한 미 국방부 산하 국방정보국(DIA) 보고서를 보면 핵탄두 소형화 기술 개발에 성공한 것으로 인정했다.

전문가들은 핵탄두 무게를 500㎏으로 줄여서 화성-14형에 장착할 경우 미 서해안의 샌프란시스코, 로스앤젤레스, 시애틀, 샌디에이고까지 도달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재진입체 기술만 확보하면 북한의 ICBM은 미국 본토에 대한 실질적인 핵 공격 능력을 갖게 되면서 동북아시아의 게임체인저로 작용하게 된다.

북한이 미국 본토에 대한 핵 공격 능력을 가질 경우 동북아시아 역내 안보 상황은 물론 미국의 동아시아 역내 동맹 구도 전체가 흔들리게 된다.

미국의 ‘핵 확장 억지력’ 하에 유지되어오던 한·미 동맹 약화가 불가피해질 수밖에 없다. 그동안 한국과 일본은 북한이 핵으로 공격해올 경우 미국이 핵으로 북한을 보복할 것이라는 확장 억지력에 대한 신뢰가 있었지만, 북한이 미국을 핵으로 공격할 수 있는 상황에서는 미국 역시 북한에 군사력을 사용하기가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북한의 미 본토 타격 능력 현실화는 미 방어망에 대한 일본의 신뢰까지도 끌어내려 결과적으로 한·미·일 삼각동맹의 약화를 불러올 수 있다.

미국의 북핵에 대한 대응 방식이 강경화되면서 한·미 간 대북 정책 엇박자가 더욱 불거질 수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정부는 북핵 문제 해결에 군사적 옵션까지 거론할 정도로 대화보다는 제재와 압박에 무게를 두고 있다. 반면 문재인 정부는 제재를 이야기하면서도 북한과의 대화에 방점을 두는 정책을 펴고 있다. 미국과 북한의 대립이 첨예화될수록 한·미 동맹에서 파열음이 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미국이 한·미 동맹을 북한 위협으로부터 한국을 보호하는 것은 물론, 동북아 역내 안정의 주요한 전략 틀로 보고 있는 만큼 북 핵 위기 심화를 한·미 동맹 강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과거 냉전 시대에 구소련의 ICBM 본토 위협에도 유럽 방위를 포기하지 않았음을 상기시키고 있다. 또한 북한 위협에 한국과 일본 방위에 소극적으로 나설 경우 역내 핵 군비 경쟁과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바라만 봐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공백은 북 핵·미사일 동결과 한·미 훈련 중단을 맞교환하는 ‘쌍중단(雙中斷)’과 북한 비핵화와 북·미 평화체제 구축을 병행하는 ‘쌍궤병행(雙軌竝行)’을 주장하는 중국의 역내 영향력을 더욱 키울 수 있다.

실제 중국은 그동안 북한이 끊임없이 ICBM과 핵을 개발하는데도 별다른 제재 없이 미온적인 태도로 일관하면서 결국 동북아의 미·중 세력 판도를 뒤집을 기회를 살펴 왔다.

김유진 기자 klu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