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군사·안보전문가 제언

美 ‘최소 억제전략’ 작동 땐
베트남철수 상황 재현될수도
새로운 북미대화국면 될수도
韓, 일관된 對美정책 추진해야

전문가들은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 고도화로 한·미 동맹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지금이 오히려 한국이 한·미 동맹 강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일관성 있는 대미 정책을 추진해야 하는 때라고 강조했다.

김현옥 국립외교원 미주연구부 교수는 9일 문화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미국 입장에서 북핵 문제의 레드 라인은 본토 위협이고, 북한은 미국 괌을 타격하겠다는 위협까지 내놨다”며 “미국이 북한을 공식적인 핵 보유국으로 인정하지 않으려 하겠지만, 국제사회나 언론이 인정하면 미국 역시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새로운 형태의 북·미 대화 국면이 펼쳐질 수 있는 만큼 이에 대비한 대미 외교 정책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박휘락 국민대 정치대학원장은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핵탄두 소형화 기술 완료 등에 따라 한·미 관계에 중대한 변화가 있을 것”이라며 “어떤 상황에서든 미국이 한·미 동맹을 포기하지 않도록 한국이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박 원장은 미국과 북한의 군사력은 미국이 압도적으로 높더라도 최소 억제전략(Minimum Deterrence)이 작동하면 1970년대 베트남에서 벌어진 상황이 한반도에서 재현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당시 미국은 공산당 정권인 월맹과 평화협정을 맺었고, 미군이 철수함으로써 베트남 통일이 이뤄졌다.

박 원장은 “북한이 샌프란시스코, 뉴욕, 워싱턴에 미사일 공격을 가하겠다고 위협한다면 미국은 전쟁을 각오해야 하는데, 미국이 한국을 위해 본토의 위험을 감수하지 않을 것”이라며 “북한이 전쟁을 하지 않는다는 안일한 생각을 버리고, 한·미 동맹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진창수 세종연구소 소장은 현재 벌어지는 상황에 지나지게 일희일비하지 않고, 일관성 있는 대미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진 소장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연일 강한 멘트를 하고 있지만, 국무부는 또 다른 얘기를 하는 등 미국 정부 내에서 한반도 정책이 아직 잘 조율되지 않은 것 같다”며 “이런 틈새를 잘 이용해 한·미 관계를 어떻게 끌고 갈지 문재인 정부가 미국을 잘 설득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진 소장은 일단 미국이 한국을 배제한 채 중국과 한반도 문제를 매듭지을 것이라는 이른바 ‘미·중 빅딜설’은 가능성이 낮다고 평가했다. 그는 “미국이 유엔에서 중국을 압박하는 카드로 무역제재를 꺼내 들었고, 중국은 일단 미국을 진정시키기 위해 적당한 선에서 타협했다고 본다”며 “미국과 중국이 멀어지고 있기 때문에 미·중 빅딜에 따른 한·미 동맹 약화는 기우일 수 있다”고 했다.

김영주·김유진 기자 everywher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