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25일 1·2심(審) 선고 공판을 재판장 판단에 따라 TV 생중계를 허용키로 한 것은 원칙에 반하고 시기적으로도 매우 부적절하다. 사법 포퓰리즘을 넘어 여론재판, ‘인민재판’ 우려까지 나오는 이유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1심 선고일이 다가오고 있어 더욱 그렇다. 대외적으로는 국회 개헌특위에서 ‘사법평의회’ 설치가 논의되고, 대내적으로는 전국법관대표회의가 활동을 본격화하고 있다. 이번 결정이 이런 흐름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한 고육책일지 모르지만 ‘촛불’에 휘둘리는 것으로도 비친다. 따라서 공식적 의도인 사법 신뢰 제고는 고사하고 ‘법과 원칙’의 붕괴를 걱정해야 할 판이다.

우선, 피고인의 인권과 방어권 차원에서 우려가 크다. 심리 전(全)과정 공개가 아닌 판결로 한정되기는 했지만, 법리를 따지는 상고심이 아니라 치열하게 유무죄를 다투는 1·2심의 선고 공개는 헌법상 ‘무죄(無罪) 추정의 원칙’에도 위배된다. 특히, 피의자가 동의하지 않더라도 재판장 재량으로 공개할 수 있게 한 것은 심각한 문제다. 공개의 주요 논거인 ‘공개재판주의’와 ‘국민 알 권리’도 생중계와 직접 관련이 없다. 통상적 심리와 판결에도 간접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러지 않아도 이미 ‘튀는 판사’가 적지 않다.

이번 결정에 따라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에 대한 선고부터 생중계될 가능성이 커졌다. 그러나 ‘소급 적용’이라는 또 다른 논란 가능성도 있는 만큼, 이미 재판이 진행 중인 사건이라도 예외로 하는 게 옳다. 원천적으로 1·2심 선고 생중계 결정은 재고(再考)가 필요하지만, 당장은 공개 기준을 엄정하게 하는 보완책을 마련해 부작용을 줄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