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제재 러 반대로 잇단 무산
러 對北 석유수출 200% 급증
文정부 대북정책 새과제 부상

미국이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중국에 대한 압박 강도를 높여가는 사이 러시아가 북한과의 거리를 좁히고 있다. 러시아가 국제사회 대북제재 제동, 대북 원유 수출, 북·러 고위급 인사 교류 등을 이어가면서 북·러 간 밀월관계 형성과 동북아 안보지형 변화가 벌어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니키 헤일리 주유엔 미국대사는 25일(현지시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새 대북제재를 둘러싸고 진통을 겪어왔던 미국과 중국 간 논의가 진전을 보이고 있다”면서도 “중국이 러시아 측과 문제를 푸는 것이 진정한 시험대”라고 언급했다. 러시아가 문재인 정부 대북정책의 중대 변수로 떠올랐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실제 러시아는 지난 4일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4형 시험발사와 관련, 화성-14형이 ICBM이 아닌 중거리탄도미사일(IRBM)이란 입장을 유지하며 국제사회의 제재 수위를 끌어내리기 위한 포석을 깔고 있다.

최근 미국 주도로 마련된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안 초안을 회람한 겐나디 가틸로프 러시아 외무차관은 이번 초안에 면밀한 논의가 필요한 조항들이 있다고 지적, 특히 러시아가 수용할 수 없는 조항들이 있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기도 했다.

북·러의 밀월 관계는 최근 여러 경로의 북·러 교류를 통해서도 감지되고 있다. 러시아의 대북 원유공급 급증세가 대표적인 사례다. 미국의소리(VOA) 방송은 이달 중순 러시아 연방세관 자료를 토대로 지난 1∼4월 러시아의 대북 석유 수출이 약 230만 달러 규모라고 집계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의 약 74만 달러 대비 200% 이상 늘어난 것이다.

북·러 간에는 고위급 인사 교류도 이뤄지고 있다. 러시아의 6자회담 차석대표를 맡고 있는 올레그 부르미스트로프 러시아 연방 외무성 순회대사는 지난 22일부터 25일 북한을 방문, 신홍철 북한 외무성 부상과 외무성 북아메리카 담당 국장을 만났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5일 보도했다.

김유진 기자 klu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