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적대행위 중지’ 기한
되레 도발 조짐…물건너가

“강제북송 적극 나서달라”
탈북단체, 정부에 면담요청

탈북자 사회에서 문재인 정부가 군사당국회담 제의에 무응답으로 일관하는 북한에 대화를 계속 요청하면서도 중국의 탈북자 강제 송환 등 탈북자 인권 문제에는 침묵을 이어가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탈북 단체들은 정부와 여당에 공식 면담을 요청하는 공문을 보낸 데 이어 정부의 소극적 태도가 이어질 경우 직접 주한 중국대사관 앞에서 항의 집회를 벌인다는 계획이다.

26일 정부 당국자는 “북한이 군사당국회담 제의에 대해 이날 오전까지 아무런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 17일 문재인 대통령의 베를린 구상에 따라 휴전협정 64주년인 7월 27일을 기해 ‘군사분계선에서의 적대행위 상호 중지’를 위한 군사당국회담을 제의했다. 정부는 당초 21일로 통보했던 남북 군사당국회담일까지 북한의 대답이 없자 회담일을 27일까지로 연장했다. 하지만 북한이 27일에 미사일 시험발사를 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회담이나 적대행위 상호 중지는 힘들어진 상황이다.

이처럼 문재인 정부가 대북 대화에는 적극적이면서도 탈북자 문제에는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하자 탈북 단체들이 청와대와 더불어민주당, 통일부 등에 탈북자 인권 문제 해결을 위한 면담을 요청하고 나섰다.

허광일 북한민주화위원회 위원장은 “지난 20일 33개 탈북 단체가 포함된 ‘북한인권법실천을 위한 단체연합회’ 명의로 공문을 보냈다”며 “탈북자 강제 북송 문제 해결에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달라고 촉구했다”고 말했다.

탈북 단체들은 특히 최근 중국에서 탈북자 강제 북송이 늘어나는데 문재인 정부가 대응에 소극적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지난 21일에는 제3국을 거쳐 한국을 향하던 탈북자 가족 5명이 중국 공안에 체포돼 강제 북송 위기에 처하자 집단 자살했다. 그럼에도 통일부와 외교부는 25일 “탈북민들이 가혹한 처벌이 예상되는 북한으로 강제 송환돼선 안 된다”는 원론적인 입장만 내놓았을 뿐이다.

탈북 단체들은 정부 및 여당과의 면담에서 정부의 탈북자 인권 문제 해결 의지가 보이지 않을 경우 주한 중국대사관 앞에서 탈북자 강제 북송 중단을 요구하는 항의 집회를 벌인다는 계획이다.

허 위원장은 “한국 내 탈북자 대부분은 자살한 일가족 5명처럼 죽을 고비를 넘기고 자유를 찾아온 사람들”이라며 “우리의 요청에도 정부가 탈북자들을 다시 사지로 몰아넣는 중국의 반인도주의적 범죄에 눈을 감는다면 탈북 단체 차원에서 중국의 변화를 촉구하기 위한 항의 집회를 벌일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주 기자 everywher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