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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관계 로비 수사 확대될 듯
하성용 ‘대우 인맥’ 집중조사

검찰이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국내·해외 거래 업무를 총괄하는 구매본부의 자금 경로를 정조준하며 회사 차원의 조직적인 비자금 조성 흔적을 구체적으로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이르면 다음 주에 하성용(66·사진) 사장을 소환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하 사장은 20일 KAI를 통해 배포한 보도자료를 통해 대표이사직 사임 의사를 밝히면서 “불미스러운 의혹과 의문에 대해서 향후 검찰 조사에서 성실히 설명드리겠다”고 말했다. 검찰은 하 사장을 상대로 비자금 조성 방식 및 사용처에 대해 추궁한다는 방침이다. 검찰의 수사는 KAI의 정·관·군 로비 수사로 확대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서울중앙지검 방위사업수사부(부장 박찬호)는 두 차례 진행된 압수수색을 통해 구매본부와 협력업체 간 자금 경로를 집중 추적했다.

검찰은 특히 ‘연임 로비’ 의혹을 받는 하 사장이 ‘KAI 경영 비리’ 의혹과 비자금 조성의 정점에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구매본부장인 공 모 씨를 비롯한 구매본부 실무자들은 모두 하 사장과 ‘대우 인맥’으로 묶여 있다. 또 압수수색한 협력업체 5곳의 대표들도 하 사장과 직간접적으로 인적 관계를 맺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하 사장이 회사 경영 전반에 자신의 측근을 심어놓고, 박근혜 정부에서 방산 로비를 위한 비자금 조성에 나섰던 것은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검찰은 KAI의 경영상 비리 수사와 관련해 비자금 조성 정황은 물론 조성된 비자금의 사용처까지 수사 대상임을 이미 밝혔다. 검찰이 압수물 분석을 통해 비자금 조성 정황을 구체적으로 포착한 만큼, 조만간 하 사장을 직접 불러 비자금이 전 정권 실세에 대한 로비로 활용됐는지 확인하는 작업이 불가피하다. 하 사장에 대한 소환 조사는 박근혜 정부 당시 청와대·군 관계자들에 대한 수사로 연결될 수 있다. 검찰 관계자는 “중요 인물 소환은 이번 주는 어렵지만, 내주쯤 가보면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우 기자 krust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