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문재인 대통령이 20일 오전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 재원계획 주먹구구 논란

김부겸 행정자치부 장관
“재원조달 석연치 않은 부분”

세입확충 73% 자연 증가분
돌발변수땐 ‘세수구멍’ 우려

세출절감 前정부 방식 ‘재탕’
인건비 등 비용은 과소추계

국가재정전략회의 오늘 시작
국정과제 재정정책 논의 주목

‘증세 없이 세수 자연증가분과 지출 절감만으로 178조 원 조달이 가능할까? ’

문재인 정부가 100대 국정과제를 달성하기 위해 필요하다고 발표한 178조 원에 대해 인건비 등 비용이 과소 추계되고, 재원 조달 방안도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심지어 정부 내에서조차 당장 증세 논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공개적으로 나오고 있어 주목된다.

김부겸 행정자치부 장관은 20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재정 당국에서 내놓은 재원조달방안은 석연치 않은 부분이 있다”며 “대통령께서 후보 시절에 소득세 최고구간은 조절하겠다고 했고, 법인세율도 우리 경제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검토하겠다고 했는데 너무 약한 것이 아닌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김 장관은 “해내지도 못하는 지하경제 양성화, 이런 얘기 말고 소득세율 조정 등 증세 문제를 갖고 정직하게 얘기하고 국민 토론을 요청해야 한다”며 “표 걱정한다고 증세 문제 얘기는 안 하고 복지는 확대해야 하는, 언제까지나 이 상태로 갈 수는 없지 않으냐”고도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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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19일 세입 확충으로 82조6000억 원, 세출 절감으로 95조4000억 원을 충당하겠다는 계획을 내놨지만, 국정과제를 달성하기에 부족할 수도 있는 데다 조달 자체가 쉽지 않을 거란 예상이 지배적이다. 조달 방안의 구체성이 떨어지고 불확실성이 너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단, 세입 확충의 경우 73%가 세수 자연증가분(60조5000억 원)에 기대고 있다. 경제가 성장하면서 자연적으로 더 걷힐 것으로 ‘추정’되는 세수를 고려해 조달 계획을 짰다는 것인데 앞으로 경기가 꾸준히 좋아진다는 보장이 없을뿐더러 돌발변수가 생길 가능성도 있다. 3년 연속 ‘세수 펑크’에서 겨우 벗어난 게 불과 2년 전이다. 임기 중 1년이라도 세금이 계획대로 안 걷히면 당장 공약 이행이 차질을 빚게 된다. 세금을 깎아주거나 내지 않도록 하는 비과세·감면을 줄이고(11조4000억 원), 탈루소득 과세를 강화(5조7000억 원)하는 것도 이전 정부들 모두 해오던 터라 이를 통해 추가로 재원을 확보하는 것 역시 한계가 있을 거란 관측이 나온다. 씀씀이를 줄이고 효율화해 60조2000억 원을, 주택도시·고용보험·전력기금 등 여유자금을 활용해 35조2000억 원을 마련한다는 것도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임기 초반이 지나면 증세 문제가 다시 거론될 수밖에 없을 거란 전망이 나온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재원조달 방안이 명확하지 않고, 인건비 등 소요재원이 누적적으로 증가하는 항목이 너무 많아 임기 후반으로 갈수록 재정압박을 받을 것”이라며 “지금이야 전 정부 때 초과 세수로 버티지만, 세율 조정 없이 이미 상당히 진행 중인 세출 구조조정 등으로 재원을 조달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기획재정부 역시 증세 가능성을 열어둔다는 입장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초과 세수분 추정을 포함해 최대한 중립적 관점에서 시나리오를 만들었으며 쇼크(충격) 수준의 경기 침체가 오지 않는 한 현실적인 방안이라고 본다”면서도 “경제가 너무 어려워져서 세수가 줄면 세율 인상이라든지 다른 조치에 대한 여지도 남겨놨기 때문에 문제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문재인 정부 5년간 나라 살림을 어떻게 꾸려갈지 논의하는 ‘국가재정전략회의’가 20일 이틀 일정으로 시작됐다. 향후 재정정책 및 재원배분 방침과 지출구조조정 등 재정개혁 추진 방향이 집중 논의될 예정이다. 회의 결과는 ‘2017∼2021 국가재정운용계획’과 내년도 예산안에 반영된다.

박수진·조해동 기자 sujininva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