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부패協 참석’ 檢내부 반발

취임도 하기전에 대못 불만
“총장 靑 출입 자체가 부적절
수사 사안들 협의 가능성 커
검찰 중립 심대한 훼손 우려”

문재인 대통령이 의장을 맡아 직접 주재하는 반부패관계기관협의회에 검찰총장이 참석하도록 한 것과 관련, 검찰 내부에서 반발의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검찰 일각에서는 ‘검찰 무력화’ 가능성을 우려하며 “정권이 아직 취임도 하지 않은 문무일 검찰총장 후보자를 ‘꼭두각시 총장’으로 만들려는 것이냐”는 비판의 목소리도 들린다. 한 재경지검 부장검사는 19일 “청와대에 검찰총장이 발을 들이는 것 자체가 매우 부적절하다”며 “검찰총장의 반부패관계기관협의회 참석을 강제해 검찰의 중립성이 훼손돼서는 안 된다는 판단”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차장급 검사는 “일련의 청와대 조치들을 보면, 검찰개혁을 하겠다는 건지 검찰 장악을 하겠다는 건지 구분이 안 된다”고 비판했다.

문 대통령 주관 아래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실무를 챙길 것으로 보이는 반부패관계기관협의회에는 국가정보원장, 감사원장, 검찰총장, 국세청장, 경찰청장 등 핵심 사정·권력기관장들이 전원 참석하게 된다. 반발하는 측은 협의회 훈령에 부패방지를 위한 법적·제도적 대책과 함께 부패 관련 현안 실태조사, 정보공유도 할 수 있게 돼 있어 ‘수사 사안’에 대한 광범위한 협의가 자연스레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를 들고 있다. 이에 따라 △청와대 고위 인사들에 대한 검찰의 수사 기능 무력화 △협의체에 참석하는 국가 권력기관에 대한 검찰의 견제 기능 약화 △법무부 장관만이 검찰총장을 지휘하게 돼 있는 검찰청법 위배 소지 △검찰 수사 전반의 중립성·공정성 약화 등의 심각한 문제가 향후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검찰총장이 취임도 하지 않은 상황에서, 청와대가 검찰 쪽 의견을 들어보지도 않은 채 협의체에 검찰총장이 참석하도록 ‘대못’을 박은 것 아니냐는 불만도 제기된다. 검찰 관계자는 “검찰총장 취임 전이라 아직 조직 내 구심점이 없는 점, 정기 인사 직전이어서 검찰이 ‘조직적 저항’에 나설 가능성이 낮은 점 등을 고려해 청와대가 고도의 정치적 행위를 한 것은 아닌가 의심이 된다”고 말했다. 법조계 고위 관계자는 “매우 엄격하게 중립을 지켜야 하는 검찰총장이 청와대에 들어가는 것 자체가 ‘뉴스’가 돼야 한다”며 “검찰총장의 협의회 참석을 아무렇지 않게 공식화하는 모습을 보니 어안이 벙벙하다”고 말했다.

손기은 기자 s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