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부패協 검찰총장 참석’ 檢 내부 반발 기류

“총장-민정 통화도 문제됐는데
민정주관 협의회 참석 말 안돼
대통령 주재 현안 논의 자체가
수사 가이드라인 주는 측면도

검사 靑파견 제한조치와 배치
수사기관 독립성 보장 어디로”

청와대가 반부패관계기관협의회에 검찰총장이 참석하도록 한 것을 두고 검찰 내부가 술렁이고 있다. 조직 특성상 공개반발은 아직 없지만, 우려와 불만이 혼재된 채 수위와 강도가 세다. 19일 검찰 고위층에서도 “지난해 김수남 당시 검찰총장과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이 전화 통화를 해 ‘수사 공정성’ 시비가 있었던 일을 지금의 청와대가 잊었는지 모르겠다”는 반응이 나올 정도다. 하명수사 논란은 검찰이 적폐대상으로 지목돼온 주된 이유 중 하나였다.

◇통화는 안 되고, 협의회 공식 참석은 괜찮다? = 김 전 검찰총장과 우 전 수석이 지난해 7월부터 10월까지 20여 차례 통화한 사실이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수사를 통해 올해 3월 드러났을 때 검찰은 한바탕 곤혹을 치렀다. 당시 우 전 수석은 검찰 수사 대상이었고, 박근혜 전 대통령을 포함한 청와대 고위 인사들에 대해 검찰 수사가 뻗어 나갈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이 일이 밝혀지자, “엄격히 수사 중립과 독립을 유지해야 하는 검찰총장이 수사 대상과 수시로 통화한 꼴”이라는 비판이 일었고, 결과적으로 검찰이 ‘적폐세력’으로 몰리는 중요 계기가 됐다.

이렇게 검찰총장과 민정수석이 통화한 것 자체가 큰 문제가 된 상황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조국 민정수석이 주재하는 협의회에 대놓고 검찰총장을 참석시키려는 방침을 놓고 “도저히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많다. 물론 청와대는 “각 기관의 독립적 영역을 존중한다”는 입장이지만, 이를 그대로 믿기 어렵다는 게 대체적인 검찰의 반응이다. 검찰 관계자는 이날 “감사원, 공정거래위원회, 국세청 등에서 각자의 역할에 따라 조사를 하고, 필요할 경우 검찰에 수사의뢰를 하는 ‘정식절차’가 이미 있다”며 “이런 공식통로를 두고, 검찰총장을 청와대로 불러들여 수사 관련 논의를 하는 것 자체가 ‘하명수사’ 논란을 재발시킬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말했다.

◇청와대·권력기관에 대한 견제 무력화 우려 = 더 큰 문제는 검찰의 권력기관에 대한 견제·수사 기능이 빠르게 무력화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검찰총장이 대통령 주재 협의체에 참석하는 것 자체가 검찰총장에게 큰 압박요인이 될 수 있다. 논란이 되는 현안은 결국 고소·고발·수사 의뢰 형태로 검찰 수사로 이어지는 사정 메커니즘을 고려하면, 대통령 주재로 현안 논의를 하는 것 자체가 검찰에 ‘수사 가이드라인’을 주는 측면이 분명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검찰은 청와대 차원의 권력형 비리, 대통령을 포함한 청와대 고위 인사의 개인 비리에 대한 수사 의지가 약해질 수 있다. 판사 출신 변호사는 “권력기관 차원의 ‘제 식구 봐주기’를 넘어 ‘권력기관 간 상호 봐주기’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검찰청법 위반 소지 = 검찰총장이 협의회에 참석해 대통령과·민정수석의 ‘말씀’에 따라 수사에 나서는 상황이 현실화할 경우, 현행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검찰청법 제8조에 따르면, 구체적 사건에 대해서는 법무부 장관만 검찰총장을 지휘하게 돼 있다. 법 취지에 따르면, 대통령이나 민정수석의 사건 관련 지침이 검찰총장 ‘귀’에 직접 들어가서는 안 되는 것이다.

법조계에서는 이 같은 법 조항을 고려할 때 협의체에 검찰총장은 빼고 법무부 장관만 참석해도 문제가 없다는 지적이다. 심지어 검찰총장은 “수사에 영향이 있을 수 있다”는 이유로 국회 국정조사에도 직접 나가지 않는 관례도 있다. 검찰의 중립성 보장을 위해 법 개정을 통해 검사의 청와대 파견을 제한한 최근 청와대의 조치와도 흐름이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재경 지검의 한 검사는 “조국 민정수석이 ‘민정수석은 수사지휘를 해서는 안 된다’는 본인의 말을 기억했으면 한다”고 지적했다.

◇“검찰 조직이 죽고, 사회 투명성이 저하되는 일” = 검찰 내부에서는 검찰총장이 청와대에 발걸음을 하게 되면, 검찰 조직이 죽는 길로 가는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법조계 고위 인사는 “협의회에 참석하는 인사나 기관에 대해 무혐의 처리, 불구속 기소 등을 할 때마다 검찰 수사의 공정성이 의심받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손기은 기자 s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