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학습병행’ 도입후 흑자로… 인재 육성→채용 선순환도 구축

이미지 크게보기 이득춘(오른쪽 두 번째) 이글루시큐리티 대표가 서울 송파구 문정동 본사에서 신입사원들과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황재성 컨설팅팀 사원, 이재현 해외사업팀 사원, 신지용 보안분석팀 사원, 이 대표, 김희슬 컨설팅팀 사원. 이글루시큐리티 제공

2부 청년실업, 강소기업이 답이다 - ② 이글루시큐리티

지역 대학교와 업무협약 체결
장학금 지원·이글루스쿨 운영
현장 중심형 인재 확보에 주력

지난해 매출액 581억원 기록
3년 만에 29억원 흑자로 전환
정규직 채용…경쟁률 100대1

이글루시큐리티는 지난 1999년 설립된 보안 솔루션 및 관제 서비스 전문 기업으로, 기업 통합 보안 관리 시장에서 10년 넘게 점유율 1위를 기록 중인 서울 소재 강소기업이다. 방화벽과 안티바이러스 제품이 ‘보안의 전부’로 여겨지던 초창기, 정보보호 시장에서 국내 통합보안관리 시장을 개척하고 이끌어 온 선구자 기업이다.

그런 이글루시큐리티 역시 현지에서 보안 솔루션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인재를 확보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이득춘(55) 대표는 12일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회사 설립 당시에는 우리나라 보안 솔루션 시장의 태동기였기 때문에 신입사원은커녕, 관련 전공자나 경력자를 확보하는 일도 쉽지 않았다”며 “업무 현장과 취업준비생들 사이에서 필요한 능력이 괴리를 보이는 ‘스펙 미스매치’ 문제를 해결하고, 인재 양성을 통해 더 많은 청년 일자리를 창출하고자 지난 2015년부터 일학습병행제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글루시큐리티의 특징은 보안 솔루션만 제공하거나 보안관제 서비스만 제공하는 기존 업체들과 달리 두 서비스를 함께 제공하고 있다는 점이다. 보안관제 서비스를 제공하며 현장에서 접하는 고객의 요구는 보안 솔루션 개발 과정에 바로 반영했으며, 이는 이글루시큐리티의 경쟁력 상승으로 이어졌다. 이글루시큐리티의 주요 고객이 고도의 보안을 필요로 하는 공공기관이라는 사실은 이 기업의 기술력을 증명해 주는 좋은 사례라고 할 수 있다. 공공기관들이 각 지역으로 이전함에 따라 이글루시큐리티는 전국 주요 도시에 지사를 두고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글루시큐리티의 전체 임직원 700여 명 중 절반 이상이 고객사로 파견돼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글루시큐리티는 업무협약을 체결한 각 지역 대학교의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원하고 자체 교육 프로그램인 ‘이글루스쿨’에 참여시켰다. 이글루스쿨은 이글루시큐리티가 다년간 분야별로 쌓은 업무 노하우와 지식을 공유하기 위해 마련한 국가직무능력표준(NCS) 기반의 전문교육 커리큘럼이다.

고용노동부는 이글루시큐리티가 현업에 맞는 교육 프로그램을 주도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 개발에서부터 학습, 전담 인력 양성 과정에 필요한 지원금을 제공하는 등 교육 환경 구축을 도왔다. 이 같은 인재 채용의 선순환 구조 구축을 바탕으로 이글루시큐리티는 지난해 매출액 581억400만 원을 기록한 데 이어, 3년 만에 흑자(29억6900만 원) 전환에도 성공했다. 이글루시큐리티는 매년 수십여 명의 신입사원을 정규직으로 채용하고 있으며, 평균 입사 경쟁률은 100대 1에 달한다.

이 대표는 “엄선된 사내 강사의 지도 아래 현업 실무와 관련된 교과 과정을 운용함으로써 사원들의 직무 적응도와 업무 의지를 크게 높이는 성과를 얻을 수 있었다”며 “일학습병행제는 이글루시큐리티가 필요로 하는 현장 중심형 인재를 확보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일학습병행제를 통해 입사한 신입사원들의 만족도도 높은 편이다. 신지용(28·한남대 컴퓨터공학과 졸업) 보안분석팀 사원은 대학을 졸업하기 전 방송통신위원회가 후원하는 보안관제 인력양성과정사업의 연구 인력으로 참여하면서 보안 솔루션 업계 취업에 관심을 갖게 됐다. 이글루시큐리티는 신 씨의 모교와 업무협약을 체결해 정보보안 인력 양성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었다. 이글루시큐리티에서 현장 훈련을 하면서 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신 씨는 졸업과 동시에 보안분석팀 사원으로 채용됐다.

신 씨는 “부서 현업에 맞게 이론과 실습교육이 함께 이뤄지는 일학습병행제를 통해 입사해 빠르게 실무 능력을 습득하고 회사 문화에 자연스럽게 적응할 수 있었다”고 취업 비결을 전했다.

황재성(28·수원대 컴퓨터학과 졸업) 컨설팅팀 사원은 “인사 담당자가 참여한 채용박람회를 통해 지도를 받고 부족한 부분을 채워 가며 입사를 준비할 수 있었고, 입사 후에는 사내에 보안 역량을 키울 수 있는 교육 프로세스가 잘 정립돼 있어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고 자랑했다.

관련 전공자가 아니면서도 입사에 성공한 이재현(34·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중남미학과 석사 졸업) 해외사업팀 사원은 “어문계열 출신으로 해외영업 직무를 염두에 두고 있었는데, 미래 유망산업으로 정보보안이 부상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접하고 흥미를 느껴 이글루시큐리티에 지원하게 됐다”며 “자신이 무엇을 하고 싶은지, 잘할 수 있는지에 대한 답을 먼저 찾는다면 취업이라는 큰 산을 조금은 수월하게 넘을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 대표는 “많은 중소기업이 인재 교육의 중요성에 대해 실감하면서도 교육 훈련 분야에 투자할 여력이 부족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 일학습병행제와 같이 취업준비생과 기업 모두에 도움이 되는 맞춤형 인재 양성 시스템을 지속적으로 도입해 주길 희망한다”고 전했다.

정진영 기자 news119@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