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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사람들에게는 인간이 감히 영생을 원하는 것은 불경스러운 짓이었다. 영원히 사는 것은 신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신의 영역을 침범하려 했을 때 받는 비극은 그리스·로마 신화에 나오는 티토노스(Tithonos) 이야기에 잘 나타나 있다.

티토노스의 비극은 새벽의 여신 에오스에서 시작된다.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는 전쟁의 신인 아레스를 사랑했는데, 아레스를 에오스가 사모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어 분노가 폭발한다. 아프로디테는 에오스에게 인간 남성을 평생 사랑하게 하는 저주를 내리게 된다. 에오스는 트로이의 왕자 티토노스를 납치해 사랑하게 되지만 인간인 티토노스는 언젠가 죽어야 한다. 에오스는 신들의 우두머리인 제우스를 찾아가 티토노스에게 영원한 생명을 줄 것을 간청하여 허락을 받는다. 하지만 영원한 젊음을 달라는 소원을 까먹어버렸다. 불로장생(不老長生)이 아닌 장생만 구한 것이다. 비극의 시작이다.

티토노스는 늙어가지만 죽지는 않는다. 에오스는 그를 햇볕이 드는 방에 넣어 버렸고, 티토노스는 매미로 변해서 영원히 살게 되었다. 그래서 오래 살지만 그만큼 건강하게 살지 못하고 노화가 진행되는 것을 ‘티토노스의 함정(Tithonos trap)’이라고 한다.

티토노스의 함정은 영생과 불로의 불일치가 원인이었다. 100세로 수명이 길어졌는데 어떤 사람은 70세부터 30년을 아프면서 살아간다면 티토노스의 비극이다. 하지만 건강과 젊음을 99세까지 유지했다면 해피 엔딩이 된다. 100세로 수명이 길어졌는데 55세에 퇴직해서 아무 일도 없이 100세까지 살면 비극이다.

수명 증가라는 환경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우리의 삶을 변화한 환경에 맞게 새로이 짜야 한다. 노력을 많이 하거나 열심히 하는 것만으로 대응할 수는 없다. 요즘 일본의 빈곤층 노인들은 정말 열심히 올바르게 살았는데 왜 이런 어려운 상황에 처하게 되었는지 모르겠다고 한다. 단기적으로 어떻게 돈을 좀 더 불려볼까 하는 것에만 집중하는 태도도 장기적으로는 실패하게 된다. 환경이 변화할 때는 단순히 열심히 산 사람보다 지혜롭게 산 사람이 생존한다. 그 지혜는 무엇인가?

과거 삶의 구조를 환경에 맞게 재구조화해야 한다. 우리보다 고령화를 먼저 겪은 서구를 보면 이제는 은퇴를 전후한 삶이 그 이전의 단순한 도식에 비해 훨씬 다양해졌다고 한다. 우리도 단순하게 ‘퇴직 그리고 은퇴생활’을 벗어나 더 오래 일하고 더 다양한 분야로 일하게 될 것이다. 이를 위해 무엇보다 더 오래 건강하고, 더 오래 일하고, 더 오래 쓸 돈이 있게 삶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건강수명, 근로수명, 돈의 수명을 길게 하는 삶으로 재구조화하는 작업부터 먼저 해보자.

김경록 미래에셋은퇴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