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발하더라도 중·저강도 관측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첫 한·미 정상회담을 앞둔 가운데 북한이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다시 한 번 도발에 나설지 주목된다. 전문가들은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기존 대북 강경 기조를 재확인하는 수준의 메시지가 반복된다면 북한이 정상회담 이후 중·저강도 도발에 나설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29일 통일부 등에 따르면 북한은 그동안 미사일 개발 과정에서 기술적 필요에 의한 미사일 시험발사 외에도 주요국 정상회담 개최 등에 맞춰 미사일 도발을 감행해왔다. 중요한 정치적 타이밍에 맞춰 미사일 도발을 벌임으로써 세계적인 이목을 끄는 전략을 취해온 바 있다. 지난 2월 미·일 정상회담 직후와 지난 4월 미·중 정상회담 직전 북한은 탄도미사일 시험발사를 감행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아직까지 북한의 특이 동향은 없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고 밝히면서도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 등의 도발 가능성에 대해 주시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그동안 전례로 볼 때 북한이 한·미 정상회담 중에는 섣불리 미사일 도발에 나서지 않겠지만, 정상회담의 결과를 지켜보며 도발 타이밍을 계산할 것이라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정상회담에 나올 ‘북핵 메시지 수위’가 북한 도발의 변수가 될 것이란 분석이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한의 자체적인 미사일 개발 스케줄에 따르면 미국의 대북 라인 진용이 갖춰지기 전인 상반기 안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1단 발사체 시험발사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 보였다”면서 “하지만 한·미 정상회담이라는 변수가 끼어들면서 북한도 수가 복잡해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남측을 건너뛴 북·미 대화만 염두에 뒀던 북한 입장에서는 한·미 정상회담으로 북·미 관계 이전에 한·미 관계 및 남북관계도 고려 대상으로 떠오른 것”이라며 “필연적으로 한·미 정상회담에서 나오는 북핵 해법을 지켜보면서 전략을 다시 짤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한·미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강경한 대북 정책 기조를 한국 쪽에 요청하고, 한국도 미국의 대북정책을 재확인하는 발언이 오가는 등 북한 입장에서 자신들이 기대했던 정책 변화가 감지 되지 않는다면 정상회담 직후 미사일 도발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북한이 정상회담 직후 미사일 도발에 나선다고 하더라도 이는 중·저강도 도발에 그칠 것이라고 관측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이 오토 웜비어 사망으로 미국의 분위기가 워낙 좋지 않다는 점 등을 감안해 미 행정부가 정해놓은 ‘레드라인’을 넘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박정경 기자 verite@munhwa.com